영국의 육상 스타 모하메드 파라가 지난 6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 행사인 플래티넘 주빌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육상 영웅 모하메드 파라(39)가 어린 시절 인신매매로 영국에 끌려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도 진짜가 아니며 강제 노동을 해야 했던 과거를 밝혔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를 동시에 석권한 데 이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두 경기 모두 금메달을 따낸 육상 챔피언이다.

그는 이전까지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 부모님과 함께 영국에 온 난민 출신으로 알려져 있었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한 그는 “내 친부모는 영국에 온 적이 없으며, 나는 9세 때 처음 보는 여성에게 끌려가 비행기를 타고 영국에 왔다”고 밝혔다. 당시 납치범은 파라에게 “친척들과 살기 위해 유럽에 가는 것”이라고 속이고 가짜 여권을 줬다. 그는 “여권에 모하메드 파라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 진짜 이름은 후세인 아브디 카힌”이라고 했다. 실제로는 파라가 4살 때 아버지가 소말리아 내전으로 사망한 후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고 한다.

파라는 “영국에 도착하자 그 여자는 ‘음식을 먹고 싶으면 일을 해야 한다’ ’네 가족을 다시 보고 싶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면서 “그 여자의 집에 머무르면서 다른 가족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강요당했다”고 고백했다.

몇 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던 파라는 12세 때 처음으로 펠탐 커뮤니티 칼리지 7학년으로 등록했다. 그는 “학교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스포츠의 언어였다”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밖으로 나와 달리는 것뿐이었다”고 했다.

협박 때문에 납치됐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어린 파라는 용기를 내 체육 교사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놨다. 이후 체육 교사는 사회복지국에 연락해 다른 소말리아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그를 도왔다. 파라는 “여전히 제 진짜 가족이 그리웠지만, 그 순간부터는 모든 상황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때부터 파라는 육상 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14세 때 영국 학생을 대표해 라트비아에서 열린 대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파라는 “인신매매의 위험에 대해 알리기 위해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다”면서 “나와 똑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나를 진정으로 구한 것은 달리기였고, 달리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달라졌다”고 했다.

파라는 지난 201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으며 이름 앞에 경(Sir)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영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파라는 영국의 장거리 육상의 선수 출신인 타냐와 결혼해 9살 쌍둥이 딸과 6살 아들 후세인 등 3남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