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는 손흥민(32)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영국 축구 팬 12명으로부터 사과 편지를 받았다고 20일(현지 시각)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보도했다. 작년 4월 11일(현지 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EPL 경기 이후 손흥민에게 “눈 작은 황인종, 개고기나 먹어라”는 등의 극심한 인종차별 발언을 한 가해자들을 영국 경찰이 추적한 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영국 런던 경찰은 해당 경기 한 달 후인 작년 5월 온라인에서 손흥민에게 심각한 수준의 인종차별 발언을 한 가해자 12명을 특정해 조사에 착수했다. 12명 중 10명이 20대이고, 30대와 60대가 각각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간의 조사 끝에 경찰이 내린 조치는 “손흥민에게 사과 편지를 쓰라”는 것이었다. 영국에는 경범죄를 저지른 자를 곧바로 사법 처리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원만한 합의를 할 수 있게 하는 ‘공동체 분쟁 해결(community resolution)’이라는 절차가 있다. 그 일환으로 손흥민에게 사과 편지를 쓰게 한 것이다. 이들이 쓴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해자 12명 모두가 자신의 인종차별 발언을 반성하고 손흥민에게 사과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발단은 작년 4월 맨유와의 경기였다. 손흥민은 전반 33분 상대 선수 스콧 맥토미니의 드리블을 수비하다가 맥토미니가 휘두른 팔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이 장면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반칙으로 선언돼 연결된 장면에서 맨유가 터뜨린 선제골이 무효가 됐다. 손흥민은 비디오 판독이 진행된 약 3분 동안 그라운드에 누워 얼굴을 감싸쥔 채 고통을 호소했다.
맨유는 손흥민이 한 골을 넣은 토트넘을 3대1로 꺾었지만, 이 장면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맥토미니가 손흥민을 고의적으로 가격했다는 의견과, 손흥민이 반칙 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을 했다는 의견이 맞섰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당시 맨유 감독은 경기 후 “내 아들이 3분간 누워 있고 자신을 일으키려 10명의 친구가 도와줘야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면, 난 아들에게 어떤 음식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손흥민을 비판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에선 일부 축구 팬들이 손흥민을 비판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손흥민을 향해 “집에 돌아가서 개고기나 먹어라” “작은 눈의 황인종” “중국 연기 대상감” 등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EPL 구단들은 인종차별을 방치하는 소셜미디어 업체들에 항의하는 뜻으로 나흘간 소셜미디어 보이콧을 실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