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9집 신보에 대해 설명하는 가수 싸이. 올해는 그가 큰 인기를 끌었던 강남스타일 발매 10주년이다. /연합뉴스

2012년,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45)와 ‘강남스타일’, 그리고 ‘말춤’의 세계적 인기는 파죽지세였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7주간 2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 한국 가수가 한국어 노래로 이룬 최초의 기록들이었다. 지금은 ‘한국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방탄소년단(BTS), 오징어게임을 말하면 된다’고 하지만 당시엔 ‘두유 노 싸이’가 대세였다. BTS가 2018년 첫 빌보드 200(앨범차트) 1위에 올랐을 때도 “싸이의 빌보드 후배”란 말이 나왔다.

29일 기자들과 만난 싸이는 “그런 수식어가 민망하다”고 했다. 이날 싸이는 신보 ‘싸다9′를 발매했다. 앨범명은 ‘싸이의 다채로운 9집’의 줄인 말. 2017년 냈던 8집 이후 5년 만이자, 강남스타일 발매 10주년에 맞춘 컴백이다.

이날 싸이는 10년 전 누렸던 큰 인기에 대해 “사실 강남스타일 흥행 이후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곡보다 사람이 뜨는 경우가 훨씬 오래간다. 다음 흥행이 보장되기 때문”이라며 “일부 외국인은 아직도 내 이름이 ‘강남스타일’인 줄 안다”고 했다. “예전엔 (내 앨범을) 수출용, 내수용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런 단어를 썼던 것 자체가 미국병 말기였던 것 같다”고도 했다.

이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는 다르다. 사람이 떴다”며 최근 북미에서 K팝 인기를 이끄는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더했다. 싸이는 “꼭 국위 선양을 위해 음악을 하는 건 아니지만, (후배들이) 지금처럼만 가면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순간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번 신보에서 특히 눈길을 끈 건 BTS 멤버 슈가가 공동 작업한 타이틀곡 ‘댓 댓(That That)’. 라틴풍 댄스곡으로, 싸이는 “작년 가을쯤 슈가가 ‘정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었다’며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원래 전문 작곡가가 아니라서 영감이 주기적으로 오지 않는다”는 그는 “슈가와 작업하면서부턴 곡이 줄줄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런 협업을 택한 이유로는 ‘연차’를 꼽았다. 2001년 ‘새’로 데뷔해 ‘신세대 엽기 가수’로 불리던 그도 어느덧 22년 차 가수가 됐다. 싸이는 “나 정도 연차의 뮤지션이 가장 경계할 게 ‘자기 만족이다. 올드해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어 “젊은 뮤지션과의 협업을 간절히 원했다”며 “슈가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즐겁고 열정으로 음악했었지’ 하며 뜨거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슈가 외에도 이번 신보 12곡은 여러 뮤지션이 협업했다. 지코가 만든 곡 셀레브(Celeb)는 가수 출신 배우 수지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성시경(감동이야), 헤이즈(밤이 깊었네), 제시(간지), 화사(이제는), 크러쉬(해피어), 에픽하이 타블로(포에버), 기리보이(나의 월요일) 등이 협업곡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타고난 광대 팔자를 노래한 ‘9인트로’ 등 특유의 직설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싸이스러운’ 곡들도 함께 담았다.

싸이는 “7집(대표곡 대디, 젠틀맨)은 초심, 8집(아이 러브 잇)은 본심, 이번 9집은 열심과 열정으로 만든 앨범”이라고 했다. “다시 나는 내 자리에서 할 일을 할 거다”면서 “다만 피처링에 슈가가 참여했으니 미세하게 유튜브 조회 수는 괜찮게 나오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아이돌 가수 외에도 대단한 한국 음악가들이 많다는걸 알리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며 새 목표도 밝혔다. 구독자 1500만 명이 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겠단 것이다.

현재 그의 강남스타일(6집)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44억뷰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