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서실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다. /장련성 기자

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에서 이 같은 시구를 남겼다.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꿈틀대고 산에 다짐하니 초목이 알아듣는다’는 의미로, 왜적에 맞서는 애국의 결의를 드러낸다. 기업인인 유니드 회장 이화영(71)씨는 이 열 글자를 행초서 붓글씨로 옮겨썼다. “뜻이 좋은 데다 글씨로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글씨로 사단법인 한국서도협회 주최 ‘제28회 대한민국서도대전’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첫 공모전 응모였다.

처음 서예를 접한 건 20년 전, 부친 이회림(1917~2007) OCI그룹 창업자가 이끌었다. “선친께서 평소 글씨를 많이 쓰셨다. 2002년 어느 날 붓 던져주시며 ‘글씨 한번 써보라’고 하시더라. 몇 자 써봤더니 곧장 아는 스님께 전화를 걸어 ‘이번 주부터 우리 아이 글씨 좀 가르쳐주시오’ 하셨다. 가끔 내게 참을성이 부족하다며 ‘忍’(참을 인)자를 써주시곤 했는데 그런 마음 아니었을까.” 10여 년 전부터는 서예가 무림 김영기 선생을 사사(師事)하고 있다.

이씨는 1997년부터 유니드를 이끌고 있다. 기초화학 소재인 가성칼륨·탄산칼륨 생산 세계 1위 기업이다. 가구·인테리어 용도 MDF(가공목재)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회사 설립 후 처음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다혈질이었는데 서예를 하면서 차분해졌다. 싫은 소리도 덜 하게 됐다.” 얼마 전 이씨는 아들에게 ‘和而不同’(화이부동)을 서예로 써줬다. 남과 화목하되 똑같아지지는 말라는 군자의 자세를 당부한 것이다.

매일 오후 집무실 옆에 마련한 서실에서 붓을 든다. “쓸수록 끝이 없다는 걸 느낀다”며 “정진해서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글씨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6월 3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