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힘은 칼보다도 강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연주하지만,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러시아까지 전달될 수 있다면 음악인으로서 카네기홀에 서는 것보다도 큰 영광이지 않을까요.”
배일환(57)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는 23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첼리스트인 그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지난 21일부터 매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배 교수의 동료 음악인과 제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클래식부터 가요, 민요 등 다양한 노래가 연주된다. 배 교수는 “일곱 살짜리 우크라이나 소녀가 자선 콘서트에서 고국의 국가(國歌)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아 우크라이나 국가도 연주했다”고 말했다.
음악회가 열리는 시간은 매일 낮 12시 30분. 식사하러 나오는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과 인근 직장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인근에 위치한 예원학교(중학교)의 교사들이 음악회를 보고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배 교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주변 건물에서 창문을 열고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는 시민들 덕분에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여러 사람이 동참할 때 메시지가 전달되고 실질적으로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배 교수는 이번 음악회 외에도 2006년 음악 활동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선 단체 ‘뷰티풀 마인드’를 설립하는 등 나눔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혼자서 품는 희망은 꿈으로 그치기 쉽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비 오는 날만 제외하고 매일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저 멀리 한국에서 평화를 기도하며 매일 음악회를 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전달돼 그곳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감동이 됐으면 좋겠어요. 조속히 전쟁이 끝나 음악회가 하루라도 빨리 막을 내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