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영광의 자리를 경험해본 ‘골프 황제’에게도 이날은 특별했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타이거 우즈(47)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 연설 도중 울먹였다. 그는 17분 동안 대본 없이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다. 찬란한 업적을 늘어놓는 대신 ‘황제 탄생’ 이전의 어린 시절로 청중을 데려갔다.
우즈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본부에서 열린 입회식에 어머니 쿨티다, 딸 샘(15), 아들 찰리(13), 여자 친구 에리카 허먼과 함께 참석했다. PGA 투어 커미셔너를 지낸 팀 핀첨(75), US여자오픈에서 세 차례 우승한 수지 맥스웰 버닝(81), 아마추어 선수 출신의 코스 설계가 매리언 홀린스(1892~1944)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만 45세 이상(또는 은퇴 3년 이후)으로, 주요 투어 15승 또는 메이저 대회 2승 이상 올린 선수 중 선발위원회에서 75% 이상 찬성 표를 받아야 입회(선수 부문)가 가능하다.
우즈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은 딸 샘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학교에 데리러 올 때나 바이올린 연주회를 할 때나 아버지는 늘 함께 있어줬다”며 “아버지가 얼마나 유명한지 여러 해에 걸쳐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즈가 배트맨 캐릭터 옷을 입고 만화 관련 행사에 다닌다는 놀라운 사실도 공개했다. “아버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할아버지를 만나보지 못했지만, 매일 할아버지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며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늘 얘기하던 특수부대의 오랜 격언을 아버지가 나와 찰리에게 전해준다”고 했다. ‘훈련은 힘들게, 실전은 편하게 하라.’ 엄격한 훈련으로 우즈를 단련시킨 아버지 얼 우즈(1932~2006)는 그린베레 출신이었다.
샘은 작년 2월 우즈의 교통사고 이야기를 꺼냈다. “1년 전 아버지는 병원에 누워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 중 하나였다.” 샘은 “이제 아버지는 두 다리로 이곳에 서 있다”며 “아버지는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자격이 있다. 투사(fighter)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딸의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오른 우즈는 여섯 살 때, 여덟 살 때, 열네 살 때 추억을 꺼냈다. 샷 감각을 키우려고 아버지와 어둠 속에서 골프 치던 기억, 퍼팅 내기로 돈을 땄다가 어머니에게 혼난 날, 주니어 대회 경비를 마련하려고 집을 담보로 대출 받았던 일…. 피부색 때문에 주니어 시절 클럽하우스 출입 금지를 당했을 때 우즈가 던졌다는 질문에는 분노가 녹아 있었다. “1번홀 티는 어디죠? 그리고 코스 레코드가 몇 타죠?”
그 모든 추억 속에는 자신을 골프로 이끌고 희생해준 부모가 있었다. 우즈는 울컥하며 목이 메었다. “아버지는 어떤 것도 그냥 주어지지 않으며, 모든 것은 노력해서 얻어내야 한다는 정신을 심어주었다.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첫째, 너는 성과를 낼 수 없어. 더 중요한 둘째, 너는 성과를 낼 자격이 없어.’ 이것이 내 어린 시절 양육과 골프 커리어의 본질이다.”
우즈는 “골프는 개인 종목이지만 나는 여기까지 혼자 오지 않았다”며 “힘들 때 지지해주고 최고의 순간에 축하해준 훌륭한 부모, 코치, 캐디, 멘토, 친구들이 있었다”고 했다. 교통사고 이후 재활 중인 그는 메이저 15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82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