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국가보훈처 제공

후손이 끊긴 줄 알았던 독립운동가 이석영(1855~1934) 선생의 증손들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 선생 서거 88년 만이다. 국가보훈처는 23일 “신흥무관학교 설립에 기여한 이석영 선생의 직계 후손 10명을 확인했다”며 “확보한 자료와 유전자 검사 결과를 종합해 이들을 후손으로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이석영 선생의 장남인 이규준 선생은 온숙·숙온·우숙 세 딸을 뒀고, 이들의 자녀 중 10명이 생존해 있음이 확인됐다. 이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선생의 장남이자 역시 독립운동가인 이규준(1897∼1928) 선생이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뒤 독립운동을 하다 30대 초반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세 딸이 뿔뿔히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확인된 바에 따르면 중국 일대를 떠돌던 첫째와 둘째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막내 우숙씨는 대만에서 현지 장교와 결혼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은 3대까지 연금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이석영 후손’임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다 숙온씨의 딸이자 이석영 선생의 증손녀인 김용애(87)씨가 지난해 7월 유공자 신청을 했다. “이석영 선생 직계 후손이 없어 그간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는 언론 보도를 본 게 계기였다고 한다.

1929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이석영 선생의 맏손녀 이온숙씨 결혼식 사진. 당시 주례는 도산 안창호(뒷줄 가운데) 선생이 섰다. /국가보훈처

하지만 제적부에 기재된 조부모 이름이 ‘이규준’이 아니어서 후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독립운동가들이 일제 감시를 피하기 위해 주로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대만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대만의 호적등기부에 우숙씨 아버지가 ‘이규준’으로 명기된 것을 찾은 것이다. 우숙씨는 숨졌지만 그의 자녀와 용애씨를 비롯한 한국의 증손들은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고, 모두 동일 모계혈족임이 확인됐다.

보훈처는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독립유공자 후손 확인위원회’에 상정해 총 10명을 후손으로 의결했다. 이석영·이규준 선생의 서훈도 이들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정부는 1991년 이석영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2008년 이규준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으나 유족이 없어 이회영(이석영 선생 동생)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리수훈해 보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