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덕일까, 본인 능력일까. 유명 인사들의 찬사를 받으며 작품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신인 화가 ‘레드’가 뒤늦게 가수 마돈나(64)의 아들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4일(현지 시각) “신인 화가 레드는 마돈나와 영국 영화감독 가이 리치(54)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고 보도했다. ‘레드’의 본명은 로코 리치(22)로, 2018년부터 가명으로 활동하면서 런던 타냐 백스터 갤러리 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그가 떠오르는 신인 화가로 주목받으면서 작품은 비싼 값에 거래됐다. 가디언은 “레드가 마돈나의 장남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많은 이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며 “그의 성공이 재능 때문인지 부모의 이름값 때문인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레드와 로코 리치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미국 연예 매체 페이지식스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국 예술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재학 중이라는 점이 일치했다. 로코는 2008년 부모가 이혼하고 영국 런던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마돈나가 소송 끝에 양육권을 얻으면서 다시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마돈나와 가이 리치가 이혼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재회한 곳도 로코 리치가 전시를 열었던 런던 타냐 백스터 갤러리였다.
타냐 백스터 갤러리는 홈페이지에 “젊은 예술가 레드가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 일각에선 ‘새로운 바스키아가 나타났다’고 환호했다”면서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내는 등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그의 그림은 순수함과 자신감이 뒤섞인 매력을 발산한다”고 레드를 소개했다. 그의 영화와 음악에 대한 열정도 언급했다. “10대 때 그는 영화에 푹 빠져 단편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항상 음악을 사랑했고, 그의 그림에선 캔버스를 지배하는 강한 리듬이 느껴진다.” 왕립미술아카데미 학장을 지낸 머빈 데이비스 등 유명 인사의 추천사도 작품 홍보에 쓰였다.
하지만 레드의 정체가 드러나자 그의 작품을 두고 혹평이 쏟아졌다. 가디언의 미술 평론가 조너선 존스는 “독창적이지 않고 어설픈 청소년기 수준의 작품”이라며 “준비가 안 된 청년을 시장에 내놓은 갤러리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예술평론가 화이트 퓨브도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의 그림은 마치 AI가 모딜리아니와 피카소를 베낀 듯하다”며 “미심쩍은 성공을 거둔 젊은 예술가 뒤에 부유하고 유명한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진 않지만, 개똥 같은 일”이라고 했다.
마돈나는 아직 이번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로코 리치를 두고 양육권 소송이 진행됐던 2016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언제, 어디서건 엄마가 매우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아들이 알아주면 좋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로코 리치는 당시 “아빠와 살고 싶다”며 뉴욕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마돈나의 인스타그램을 차단하는 등 돌발 행동을 보였다. 2016년 말엔 마약 소지 혐의로 런던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방황 끝에 가명 ‘레드’로 화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했지만 ‘마돈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긴 어려워 보인다. 온라인 미술 거래 플랫폼 아트시에 올라온 레드의 작품은 현재 최고가 2만4000파운드(약 3800만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