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좋아한다’ 이 말을 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저 망했어요’ ‘저 사기당했어요’ 이런 말은 자주 해요. 하지만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또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얘기를 못하죠.”
개그맨으로 전국적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하는 일의 99%가 ‘투자’”라고 했다.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투자 가치가 있다면 가리지 않고 연구했다. 연예인으로 10년간 활동하면서 번 돈도 적진 않았다. 하지만 투자로 얻은 수익은 “노동을 통해 번 돈의 10배쯤”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전업 투자자로 살고 있다는 개그맨 황현희(41)씨를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2014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퇴출’됐죠. 그때 처음 알았어요. ‘일은 온전히 소유할 수가 없구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세속적이라 해도 돈과 경제적 자유만이 내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남색 코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는 TV에서 보던 개그맨이라는 느낌보다 경제 공부를 꾸준히 하는 투자 전문가로서의 인상이 강했다. 경제학 용어를 거침없이 쓰며 자신이 투자에 뛰어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요즘은 옥수수와 대두 가격도 본다”며 자신을 갖고 ‘투자 철학’을 얘기했다.
2004년 당시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로 데뷔했다.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많이컸네 황회장’ ‘불편한 진실’ 등 현실의 불편한 지점들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로 인기의 최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10년 만에 본의 아니게 휴식을 취하게 됐다. “이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경제관념을 좀 만들어보자 싶었죠.” 그렇게 2014년 연세대 경제대학원에 진학했다.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에 나섰다.
연예인 대부분이 방송에서 돈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긴 어렵기에, 자신이 나서서 돈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어디에 투자해라, 언제 투자해라, 그런 건 신도 몰라요.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해요.” 5년간 투자 전문가로 살면서 깨달은 것은 ‘방법’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최근 펴낸 투자 에세이 ‘비겁한 돈’(제갈현열 공저)은 그런 내용을 진솔하게 담은 것이다. “부끄럽기도 했죠. ‘네가 뭔데 경제 에세이를 써?’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어리석다”고 했다. “누구나 솔직하게 돈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해요. 돈은 비겁합니다. 실력이 없어도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비겁한 마음을 인정해야 돈을 벌 수 있어요.”
그에게도 실패는 있다. 가끔씩 경험 삼아 무리하게 한 투자가 ‘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 왜 실패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는지 공부하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투자에 집중하다 보니 ‘본업’이던 방송일은 상대적으로 덜 하고 있다. 개그가 하고 싶지 않으냐 물으니 “운 좋게 편승해 무대에 서게 됐지만, 이제는 새로운 인물이 나와 새 판을 짜야 할 시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기회가 생기면 당연히 나서겠지만, 능력 있는 후배들이 스타가 돼서 개그계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요즘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36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아이의 하루를 온전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아요. 이런 시간을 앞으로도 계속 갖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가 말한 ‘경제적 자유’의 목적이 여기에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