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연주회에서 '쥐와 인간의'를 아시아 초연하는 작곡가 신동훈. /이태경 기자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신동훈(38)씨 집으로 세계 최고 명문 악단인 베를린 필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베를린 필 단원이자 ‘카라얀 아카데미’ 행정 감독인 페터 리겔바워였다. 그 자리에서 신씨는 베를린 필이 수여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작인 첼로 협주곡도 함께 위촉받았다.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처음엔 장난전화인 줄만 알았는데, 작품 의뢰를 받고는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쓰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카라얀 아카데미는 베를린 필이 1972년 젊은 연주자 육성을 위해 설립한 음악 교육 기관이다.

2019년 영국 비평가협회의 ‘젊은 작곡가상’에 이어서 올해 ‘아바도 작곡상’ 수상까지. 신씨는 현재 세계 음악계에서 눈부시게 비상하는 30대 작곡가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한국 음악계에서는 ‘진은숙 키드’로 불린다. 2007년부터 당시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였던 진은숙에게 7년간 작곡 강습을 받았다. 신씨는 “스승으로서 진 선생님은 누구보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분이었다. 처음엔 악보를 들고 가면 ‘쓰레기’라는 질책도 받았으니까”라고 했다. 2019년 그는 런던 심포니를 위해 작곡한 ‘카프카의 꿈’을 스승 진씨에게 헌정했다. 신씨는 “선생님께서 작품을 들으신 뒤 ‘뭐 나쁘지 않네’라고 말씀하신 것이 내겐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연주회에서 '쥐와 인간의'를 아시아 초연하는 작곡가 신동훈. /이태경 기자

그의 첼로 협주곡은 내년 5월 베를린 필 상임 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로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등 세계 명문 악단들로부터 위촉받아서 쓰고 있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오는 28~29일 서울시향 연주회에서도 그의 관현악곡 ‘쥐와 인간의(Of Rats and Men)’를 아시아 초연한다. 서울시향에서 작곡 공부를 하던 음악도가 서울시향을 위해 작품을 발표하는 전문 작곡가로 성장한 셈이다. 그는 “내가 쓰고 있는 음(音)에 온 마음을 담는 것, 불필요한 음은 과감하게 줄여나가는 것이 작곡가로서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