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의 반중(反中) 정서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재미 한국학자가 젊은 층의 반중 정서를 내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변수로 제시했다. 신기욱(61)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지난 7일 미 비영리재단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한국의 20~30대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했다. 신 소장은 “젊은 층의 반중 감정은 보수 진영에 유리할지도 모른다”면서 야권 정치인들이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받는 현상에 주목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젊은 층의 반중 정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 미 비영리재단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의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

신 소장은 또 “2030세대가 이준석을 야당 대표로 뽑았고 홍준표 의원에게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는데, 두 사람은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반중 성향 2030세대와 친미 보수 사이 일련의 연관성이 일시적 우연인지, 아니면 이들이 586 세력과는 다른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신 소장은 젊은 층 반중 정서의 배경으로 “자유민주적 가치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이 태어났을 때 한국은 이미 선진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였고, 반미 감정과 함께 성장한 586 활동가들이 중국과 마오쩌둥 사상에 동조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세미나 뒤 본지 통화에서 신 소장은 “반중 정서는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흐름인데, 흥미로운 사실은 다른 나라들은 고령층의 반중 정서가 강한 데 비해 한국만 유일하게 2030세대에서 반중 정서가 강한 점”이라고 했다.

신기욱 스탠포드대 사회학과 교수 겸 월터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스탠포드대 홈페이지

그러면서 “79학번인 나와 또래들도 마오쩌둥 책을 읽고 반미 감정의 영향을 받았고, 4050세대는 사드 보복 전까진 중국을 경제적 기회의 관점에서 봤다”고 했다. 그러나 2030세대 눈에 비친 중국은 인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대선이 있던 2002년 한국에서 일었던 대규모 반미 시위를 지켜봤던 미 정가에선 젊은 층의 반중 정서가 표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신 소장은 말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과 대만해협 등 미국이 선호하는 의제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선 “일부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직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참패와 젊은 층 반중 정서를 감안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남북한 평화 이벤트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과 관련해 그는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와 관련한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데 정치적 리스크가 예상되기 때문에 주목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신 소장은 2001년 스탠퍼드대에서 한국학 전공으로 첫 종신교수가 됐다. 한국의 민족주의와 이념 갈등 문제를 중점 연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