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가 앨범 ‘러버 솔’을 발표한 1965년의 존 레넌(위)과 폴 매카트니. 10대 때 만난 두 사람은 비틀스 활동 이전부터 함께 곡을 쓰며 우정을 쌓았다. /David Bailey

“나는 해체를 선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사람은 우리의 존이었다. 그는 어느 날 방으로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난 비틀스를 떠날 거야’라고.”

전설이 돼버린 영국 밴드 비틀스가 결성 10년 만에 절정의 인기에도 해체하게 된 것은 존 레넌(1940~1980) 때문이었다고 폴 매카트니(79)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 시각) 매카트니가 최근 영국 BBC 라디오4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틀스 해체의 원인이 레넌의 결정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카트니는 15세 때 레넌을 처음 만났다. 당시 레넌은 밴드 ‘쿼리멘’의 리더였고 이것이 비틀스의 전신이 됐다. 1960년 영국 리버풀에서 레넌과 매카트니를 주축으로 비틀스가 결성됐고, 조지 해리슨(1943~2001)과 링고 스타(81)를 차례로 영입하면서 1962년 최초의 히트곡 ‘러브 미 두’로 ‘끝내주는 4인조(The Fab Four)’라는 별명을 얻었다. 1964년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가 유럽을 넘어 미국에서 빅 히트를 치면서 ‘영국 음악의 미국 침공(British Invasion)’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비틀스는 결성 10년 만인 1970년 4월 공식 해체됐다. 그 후 51년 동안 해체 원인을 두고 갖가지 의혹이 난무했다. 그중엔 매카트니가 해체를 주도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매카트니는 이번 인터뷰에서 비틀스가 해체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기로에 서 있던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며 자신은 그룹이 계속 이어지길 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멤버들이 함께한 지 8년여가 넘어가면서 ‘애비 로드’ ‘렛 잇 비’ 등 정말 좋은 앨범들을 만들고 있었다며 “비틀스는 나의 밴드였고, 나의 직업이었고, 내 인생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틀스가 지속되기를 원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레넌이 비틀스를 떠나지만 않았다면 그들은 훨씬 더 오래 음악을 만들고 선보이는 여정을 이어나갔을 것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매카트니는 “존이 (아내인) 요코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했다”며 “그것이 비틀스가 해체하게 된 진짜 이유”라고 했다. 1966년 미국에서 일본 출신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를 만난 레넌은 요코에게 푹 빠졌고, 둘은 1968년 결혼했다. 매카트니는 “존은 늘 집단에서 벗어나길 원했다”며 “부모를 대신해 존을 키워준 이모 미미는 강압적이고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것에서 언제나 탈출하려 했다”고 했다.

매카트니는 그러나 ‘당신이 비틀스를 해체했느냐’는 기자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대답만 할 수 있었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비틀스 해체 책임을 지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당시 매니저가 해체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점도 들었다. 새로 온 매니저였던 앨런 클라인이 몇몇 사업 계약이 마무리 지어질 동안 해체에 대해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매카트니는 “그래서 몇 달 동안 우리는 그렇게 했다”며 “그런 상황은 이상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비틀스가 끝났다는 걸 알고 있는데 정작 떠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결국 매카트니는 “그런 속임수에 진저리가 나서 해체 사실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카트니의 이번 라디오 인터뷰는 오는 23일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