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한샘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해 ‘은둔의 가구왕’이라고도 불리는 조창걸 명예회장. 사진은 2014년 3월 ‘한중창조문화대전 포럼’ 발대식에 참석한 모습이다. /뉴시스

가구업체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82) 명예회장이 한샘을 매각한 자금의 일부를 출연해 미국의 ‘미네르바 대학’ 같은 혁신적 대학교를 설립한다. 미네르바대학은 미국의 유명 벤처사업가 벤 넬슨이 2014년 만든 종합대학으로, 캠퍼스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대신 학생들은 4년간 전 세계 7개 도시를 머무르며 다양한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태재(泰齋)학원은 15일 창립총회를 열고 ‘태재대학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학원 이사장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태재대학 설립준비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 구자문 전 선문대 부총장 등 대표적인 교육자들이 이사로 참여한다.

조 회장은 이 대학을 만들기 위해 3000억원 가까운 사재를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의 한샘 지분 15.45%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 등 약 20%를 사모펀드운용사인 IMM PE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1조~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매각 대금의 일정 부분이 태재대학 설립·운영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2012년 장학 사업과 국내 학술 지원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인 태재재단(옛 한샘드뷰연구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와 별도로 대학 설립을 위한 태재학원을 만든 것이다.

1970년 한샘을 창업한 조 명예회장은 199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30년 가까이 한샘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해 ‘은둔의 가구왕’이라고도 불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평소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새로운 교육에 투자해 대한민국과 세계를 이끌어갈 리더를 키우겠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는데, 태재대학 설립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3월 개교가 목표인 태재대학은 매년 국내 학생 100명, 해외 학생 100명을 신입생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학비 걱정 없이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마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염재호 위원장은 “능력이 있는 학생은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고, 해외 유명 석학을 교수나 자문위원으로 초빙할 계획이다. 교수진은 약 40명 채용할 예정이다.

태재대학 학생들은 4년 동안 한국을 비롯한 5개 나라를 돌며, 온라인으로 공부하게 된다. 미·중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동북아에 정통한 세계 리더를 키우기 위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서 각각 6개월씩 지내며 각 교육·정부 기관들과 연계해 문제 해결 방법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이런 대학 교육의 틀을 확립시키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미네르바 대학과도 협의하고 있다. 염 위원장은 “하버드, MIT 대신 태재대학을 가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전 세계 우수 인재들을 뽑아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