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딜 가더라도 만나는 분마다 ‘수고했다’며 엄청난 응원을 보내주세요. 올림픽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고,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행복합니다.”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6일 화상 인터뷰에 나섰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드라마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이다. 그는 “어제 식당에 보쌈을 먹으러 갔더니 어느 분이 고생 많았다면서 계산을 대신 해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며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 나날”이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응원 문구는 ‘교회는 성경, 절은 불경, 배구는 김연경’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올림픽 기간 내내 큰 힘이 됐어요.”

지난 8월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세르비아전에서 김연경이 라바리니 감독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이 주장 완장을 찬 여자배구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터키 등 강호를 차례로 격파하고 4강까지 올랐다. 패색이 짙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따라붙어 기어이 5세트 역전승을 거두는 대표팀의 모습에 많은 국민이 열광했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전 작전 타임 때 김연경이 동료들에게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소리치던 장면은 그의 남다른 투혼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그는 “올림픽이 끝났을 때 ‘후회 없이 했다’ 느끼고 싶었고, 매 경기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뛰었다”면서 “가장 짜릿했던 승리는 역시 한일전이다. 마지막 세트 12-14에서 역전승을 거둬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고 했다.

김연경은 올림픽 직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2005년 고교 3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16년 만에 대표팀과 작별한다. 그는 “항상 (대표팀) 은퇴 시점을 고민했는데 올림픽을 치르고 은퇴하면 가장 좋겠다고 판단했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같이 못 하지만, 제 나이가 어리지 않다”며 “부상도 많이 생기고, 1년 내내 쉬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도는 게 버거워졌다”고 털어놨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도 그의 은퇴 결정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감독님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은퇴가) 확실하냐’고 물어봤어요. 많이 아쉬워서 그렇게 물어보셨겠죠. 감독님이 제게 여러 말들을 해주셨는데 무엇보다도 ‘너는 좋은 선수이자 좋은 사람이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한 부분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준 게 기억에 남아요.”

‘국가대표 김연경’은 이제 없지만, ‘배구 선수 김연경’은 여전히 현역이다. 2021~2022시즌을 중국에서 맞이하는 그는 다음 달 출국 전까지 밀려드는 방송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연경은 “배구를 아예 그만두는 걸로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국가대표만 그만두는 것”이라며 “‘김연경 배구는 항상 최고’란 소리를 듣도록 앞으로도 몸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또 “중국은 시즌이 두 달뿐이라 올겨울 이적 시장 때 유럽이나 미국 리그로 갈 수도 있다”며 “도쿄올림픽 최우수 선수(MVP)인 조던 라슨(미국)이 ‘미국에서 뛸 생각 없느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김연경은 최근 식빵 광고마저 섭렵했다. 별명이 ‘식빵 언니’로 동명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김연경은 식빵 모델이 된 것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드디어 식빵 광고를 찍었습니다. 제 사진이 붙어있는 빵을 구매하시면 안에 제 스티커도 들어있으니까 많이 애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