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면 보너스 175억원을 준다는데 어마어마한 금액이라 실감은 안 나요. 그 돈 받으면 평생 마음 편안하게 골프를 칠 수 있을까요? 하하하.”
임성재(23)는 돈벼락을 맞을 수 있는 ‘골프 로또 대회’에 한국 골퍼로는 유일하게 참가 자격을 얻었다. 그는 다음 달 3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골프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미 PGA투어에서도 매 시즌 모든 대회 성적을 점수로 환산하는 페덱스컵 랭킹제도를 통해 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추리고 추려 최종 30명에게만 출전 자격을 주는 꿈의 무대다. 임성재는 이 대회에 신인 시절부터 3년 연속 나선다. 3연속 출전은 한국 선수 최초의 기록이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미 PGA투어 신인상을 받는 등 임성재는 한국 골프의 신기록 제조기다.
일단 이 ‘최후의 30인’에 들면 다음 시즌 주요 대회 출전 자격과 함께 정말 ‘억’ 소리 나는 돈 잔치가 벌어진다.
이 대회는 공식 상금이 아닌 보너스라는 이름으로 1등 1500만달러(약 175억원), 2등 500만달러(약 58억원)를 준다. 꼴찌도 39만5000달러(약 5억원)를 받는다. 이 대회는 페덱스컵 랭킹에 따라 출발점이 다르다. 1위는 10언더파를 안고 시작한다. 12위인 임성재는 3언더파로 출발한다. 우승이 쉽지는 않겠지만,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그는 지난해 최종전이 열리는 골프장에서 승용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미 PGA투어 상금으로 번 돈으로 집을 장만했다. 임성재는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집에서 대회장에 다닐 수 있게 돼 너무 좋다”며 “몇 년 전만 해도 꿈에서나 보던 선수들과 이렇게 한 무대에 선다는 게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미 PGA투어 홈페이지는 “임(성재)의 선택은 현명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너무 잘해보려 애를 쓰니까 오히려 긴장이 돼서 성적이 안 나오더라고요. 마음 비우고 치니 3라운드에 8언더파를 치고요. 결과가 아닌 눈앞의 샷에만 집중해야 하는 골퍼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퍼팅할 수 있는 ‘퍼팅 거울’을 활용해 약점으로 꼽히던 퍼팅 실력을 끌어올렸다. 지난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퍼팅 실력 3위에 올랐다.
임성재는 지난해 이사하고 좋은 ‘동네 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마흔여덟 나이에 올 시즌 2승을 거둔 ‘백전노장’ 스튜어트 싱크(미국)다. “아버지뻘인데 저보다 드라이버를 더 멀리 쳐요. 몸 관리를 어떻게 잘하는지 참 배울 게 많은 분이에요.” 골프가 ‘천직’이라는 임성재가 이번엔 어떤 신기록을 만들어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