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해외 동포들이 크게 늘고 있어요. 집값이 크게 올라 외국서 모은 돈으로 조국에서 집 장만이 힘든 데다, 1년의 절반(183일) 이상을 국내에 머물면 한국 기준 세율(稅率)을 적용받고 세무 조사까지 당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부터 ‘한상 리딩 CEO포럼’을 이끌고 있는 정영수(75) 이사장이 이달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977년 홍콩 주재원으로 해외 생활을 시작한 그는 올해로 41년째 싱가포르에서 거주하고 있다. 작년 11월 사단법인 ‘글로벌 한상 드림’ 이사장도 맡아 한상(韓商·해외에서 활동하는 동포 기업인)들 가운데 좌장(座長)으로 꼽힌다.
◇ “중국은 華商 우대하는데, 한국은 750만 동포 방치해”
그는 “중국만 해도 본토에 투자하는 화상(華商·중국계 기업인)들에게 금융 지원과 부동산 혜택을 제공하며 경제 발전에 이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750만 해외 동포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외국에 있는 현지 대사관 등은 동포 관련 업무를 후순위로 다뤄 도움이 안 되고 있어요. 또 재외동포재단이 지방균형 발전 정책에 따라 제주도에 있다 보니 동포들이 한국에 들어와 어려움을 겪어도 찾아가거나 이용할 수 없는 난감한 형편입니다.”
정 이사장은 “수년째 거론되고 있는 재외동포처(가칭)가 하루빨리 설립돼 출입국과 교육·문화·세금·의료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해외 동포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1984년 싱가포르에서 ㈜진맥스를 창업해 싱가포르 마그네틱 부문 수출과 내수 판매 1위 기업으로 키운 그는 한국 제품만 거래해 우리나라 수출산업포장과 국민훈장을 받았다. 2008년부터 12년간 싱가포르 경제인연합회(SBF)와 국제상공회의소(SICC) 이사를 맡아 현지 영향력도 상당하다. 2009년부터는 CJ그룹 글로벌 경영고문으로서 아세안 9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 경영 전반을 자문하고 있다.
◇“코로나 심각한 인도, 미얀마 등... ‘183일 규정’ 한시적으로 유예해야”
정 이사장은 “해외 동포와 국내 기업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모국에 일자리 창출과 해외 네트워크 공유, 시장 개척 노하우 전수 같은 일석삼조 효과가 생긴다. 해외 동포들을 더 열린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분위기가 아쉽다”며 ‘183일 규정'을 사례로 꼽았다.
“적지않은 해외 동포들이 코로나 창궐 기간 중에 그래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에 들어와 있고 싶어하지만 매년 183일 넘게 체류하면 불이익을 받아 외국에 갇혀 있어요. 현지 동포 사망자가 속출하는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의 동포들에게는 코로나 기간 중 ’183일 규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주고 이들이 국내에 와 백신을 접종받도록 배려했으면 합니다.”
그는 “편법과 꼼수로 모국에 세금은 내지 않고 혜택만 누리려는 일부 동포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 엄정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동포 자녀들 국내 입학 확대는 대학·교포에 모두 도움돼”
정 이사장은 동포들과 모국이 윈·윈(win-win)하는 방안으로 동포 자녀들의 국내 대학 입학 확대를 제안했다.
“동포 자녀들이 국내 대학에 많이 입학하면, 이들의 한국인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입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국내 대학들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는 선배 한상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지도층의 사회적 책무)’ 정신을 계승해 차세대 인재 양성에 정성을 쏟고 있다.
“2016년 출범한 ‘글로벌 한상 드림(Dream)’은 지금까지 100여명의 한국 청년과 동포 자녀들을 지원했어요. 현재 16억원인 기금을 내년 말까지 30억원으로, 중장기적으로 100억원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정 이사장은 2012년 30명을 시작으로 매년 100~150명의 베트남 초·중·고·대학생들에게 우리 돈 3억원 안팎의 장학금을 CJ그룹과 함께 지급하고 있다. 또 한국 교민들과 싱가포르 한국장학회를 세워 7년째 싱가포르 현지인과 한국 젊은이들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