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간 300만명 넘는 한국인이 찾았던 일본 후쿠오카 영사관에는 20여 년 가까이 24시간 긴급 영사콜센터를 지켜온 사람이 있다. 후쿠오카 영사관 민원실장인 박준우(60) 전문관이다. 1987년 후쿠오카 근무를 시작한 그는 1990년대 영사관 민원콜센터가 생긴 후 스무 해 넘게 전화가 울리면 언제라도 응답해왔다. 후쿠오카 인근 규슈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곤경에 처한 자국민을 돕기 위해서다.
박 실장이 그간 영사관 긴급 전화를 담당하며 펼친 활약상은 외교부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 페이지에 남아 있다. 후쿠오카·나가사키·오이타 등 규슈 지역에서 갑자기 다치거나 가족을 잃었던 사람들이 박 실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남겨둔 글이 대부분이다. “대마도에서 실종된 아버지의 수색은 물론 가족들의 숙소 예약, 통역, 병원 입원 절차까지 모두 해결해줬다” “덕분에 온천 여행 중 황망히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한국에 모실 수 있었다” 등이다.
코로나로 여행객이 끊긴 최근에도 고열에 시달리는데 코로나 검사조차 받지 못하는 교민들을 위해 노력했다는 칭찬이 이어진다. 한국에 비해 코로나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 소극적인 일본에서 부모 대신 병원을 찾아 예약하고, 치료 상황도 꾸준히 확인해줬다는 내용이다. 경남·제주도 바다에서 실종·사망한 한국인 시신이 규슈 지역에서 발견되면 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장례를 돕는 일도 그간 박 실장의 주된 업무였다. 이희섭 후쿠오카 총영사는 “후쿠오카 터줏대감인 박준우 실장 덕분에 그간 규슈 지역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사건·사고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 실장은 올해 말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지난 23일 전화 통화에서 그는 “한국분들이 많이 찾는 후쿠오카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덕분에 많은 분께 좋은 추억을 남겨드린 것 같다. 보람된 공직 생활이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 상황이 개선돼 한국과 후쿠오카의 교류가 다시 깊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