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연예인병’ 걸렸어요. 사람들이 알아봐 주니까 좋아서 더 천방지축이에요.”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지난 8일 만난 강아지 몰티즈 종(種) ‘경태'(9·수컷)는 사람의 관심을 즐기는 듯했다. “아이고, 네가 경태구나?”라며 쓰다듬자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했다. 경태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15만명을 넘긴 ‘소셜미디어 인기 스타’. 사상 첫 ‘택배견’으로 유명해졌다. 경태가 누비는 서울 강동구엔 ‘경세권(경태+역세권)’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경태 아빠'인 택배기사 김상우(33)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낯설어하지만, 사람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 착한 아이”라며 다정하게 경태를 바라봤다. 경태는 평범한 강아지이지만, 유기견이라는 곡절을 겪은 끝에 지금처럼 ‘스타’가 됐다.

개로서는 최초로 CJ 대한통운‘명예 택배기사’가 된 몰티즈 경태가 아빠 김상우씨에게 안겨 있다. 김씨는 개인 사정으로 얼굴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2013년 장맛비가 오던 어느 날 밤, 집에 가던 김씨는 화단에 버려져 오들오들 떨고 있던 강아지를 발견했다. ‘무조건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들쳐 안고 동물병원으로 갔다. 병원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1년여간 정성을 다해 치료해줬다. 두 살 강아지는 이후 ‘아빠 껌딱지’가 돼 김씨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김씨가 2018년 택배기사 일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버려진 기억 때문인지 분리 불안 증세가 심했어요. 제가 없으면 크게 울기 시작하는데, 소음 때문에 쫓겨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본가에 경태를 맡겨도 봤지만 경태의 ‘아빠 사랑’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작년 여름부터 택배 차에 경태를 데리고 다녔다. “화물칸에 있으면 멀미를 할까 봐 조수석에 앉게 해줬어요.” 그때부터 김씨와 경태의 동행이 시작됐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경태를 예뻐해 줬다.

그러나 작년 말 ‘택배 차량 안에 개를 가둬 두고 있다. 동물 학대 같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김씨도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가 경태랑 같이 일을 못 다니면 어떡하나 싶었어요.” 김씨가 인터넷에 해명 글을 올려 사정을 설명하자 지역 주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은 학대 아닌 것 다 안다’ ‘경태가 얼마나 신나게 다니는지 직접 봤다’ 등의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진실은 드러났고, 택배 회사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했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에 ‘경태 아부지’라는 아이디로 경태 사진을 올리고 있다. “팬들이 많아지고, 경태 소식을 궁금해해서 시작했어요.” 경태가 명예 택배기사가 되면서 광고 수익도 생겼다. 김씨는 수익 대부분을 유기견을 위해 기부했다. “경태가 번 돈이니 당연히 경태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해야지요.” ‘경태 아부지' 김씨는 인스타그램에 철거 위기에 놓인 유기견 보호센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경태 덕에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경태와 아부지의 선한 영향력에 감사한다’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김씨는 “경태가 받은 사랑만큼 다른 아이들도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강아지 이름이 왜 경태일까. 김씨는 “동물병원에서 ‘사람 이름을 지어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다’고 해서 지었다”고 했다. 열 살이 된 경태는 요즘 슬개골 탈구 증상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아빠 때문에 힘든 일을 다니니 미안하다”며 “경태가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 후 경태와 아빠는 꼭 붙어서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