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졸릴 시간인 오후 2시 반,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 들어서자 푸바오(福寶·'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가 나무에 빨래처럼 걸려 낮잠을 자는 모습이 첫눈에 들어왔다. 국내 유일의 자이언트 판다 커플 러바오(9·수컷)와 아이바오(8·암컷)의 첫딸로, 태어나자마자 판다월드의 마스코트이자 ‘유튜브 인기 스타’가 된 아기 판다다. 잠깐 잠에서 깬 푸바오가 뒤척이며 내려오자 수십명의 ‘팬들’이 “푸바오 얼굴 좀 보여줘!” “토실토실 진짜 귀엽다”며 환호했다. 판다 가족을 전담으로 돌보는 ‘판다 할배’ 강철원(52) 사육사와 ‘판다 작은 할배’ 송영관(42) 사육사는 “예쁜 손녀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 덩달아 자랑스럽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 4일 두 사람을 만나 ‘아기 판다 육아기’를 들어봤다. 최근 푸바오가 사람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놀아달라고 조르는 유튜브 영상이 조회 수 580만회를 찍었다. 다리의 주인공이 33년 차 베테랑 강 사육사다. 원래 ‘아빠’였는데, 작년 7월 러바오·아이바오가 국내 최초 자연 임신으로 푸바오를 낳으면서 ‘할배’가 됐다. 2016년부터 판다들을 돌본 15년 차 송 사육사. 나이로는 삼촌뻘이지만 졸지에 ‘작은 할배’가 됐다고 한다. 푸바오가 인기 몰이를 하면서 두 사람도 ‘연예인’급 인사가 됐다.
푸바오는 기운이 넘친다. 오전 7시 반이면 눈을 떠 ‘놀아달라’며 엄마를 깨운다. 9시 반이 되면 ‘출근’하는 엄마를 따라나온다. 말이 출근이지, 사실 자는 시간이 하루 20시간이 넘는다. 송 사육사는 “대나무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데, 아직은 맛만 보는 정도”라고 했다. 강 사육사는 “아직 푸바오가 철이 없어요. 말을 안 들어요”라며 장난스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에서 깬 아이바오가 푸바오를 데리고 노는 모습이 보였다. 러바오는 건너편 평상에서 대나무 잎을 실컷 먹더니 늘어져 잤다. ‘불량 아빠’ 아니냐고 하니, 강 사육사가 “아빠를 원망하지 마세요!”라며 대신 억울해했다. “판다는 엄마가 육아를 전담해요. 야생에선 아빠는 곧바로 떠나 다른 짝을 찾아요.”
갓난아기 푸바오가 타일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우리 푸바오 왜 저런 데 눕혀놨어요?’라고 따진 팬들도 있었다. 송 사육사는 “판다는 따듯하게 생활하는 동물이 아닌 데다가, 감염 위험이 커서 위생 관리를 위해 타일 위에 눕혔다”며 “‘사람 기준'으로 보면 홀대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판다들을 잘 돌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푸바오 팬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조금만 더 천천히 자라줘’다. 작년 7월 197g 미숙아로 태어난 푸바오는 227일 만(4일 기준)에 20㎏을 넘겼다. 송 사육사는 “저희도 푸바오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지만, 1년 정도는 쑥쑥 자랄 것”이라며 “제일 예쁠 때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아쉽다”고 했다.
푸바오 ‘동생’은 언제 나올까. 강 사육사는 “내년까지는 어렵다”고 했다. 푸바오를 키우는 동안엔 엄마 아이바오가 생식 활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푸바오는 네댓살이 되면 ‘이성 친구’를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아쉬운 일이지만, “판다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판다들과 어울려 지내며 ‘푸바오 가족’을 이루는 게 좋다.
푸바오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을까. 송 사육사는 “고마워, 사랑해”라고 했다. 강 사육사는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줘”라며 ‘할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