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가 일어난 지 한 달째인 지난 1일, 이양희(65)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전직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원 두 명을 화상회의에서 만났다. 전국적 시위로 비화한 이번 사태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유엔 미얀마인권특별보고관을 지낸 국제사회의 대표적 미얀마 전문가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호암관 연구실에서 만난 이양희 교수는“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총칼을 내려놨을 때 민주주의를 통한 번영이 올 수 있다.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지난 5일 본지와 만난 이 교수는 “유엔 보고관을 그만둔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도움을 구하는 현지인들의 연락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달 초 유엔에서 일한 동료들과 ‘미얀마 특별자문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일종의 ‘사이버 발족식'이었다. 위원회는 바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신속하게 진상조사단을 현지에 보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위원회는 현지 활동가들을 규합해 이들의 목소리를 세계로 전할 창구 역할을 맡기로 했다.

6년간 유엔 내 미얀마 특사로 일했던 그가 생각하는 이번 쿠데타의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미얀마에서 군부는 120여 기업을 소유하고 있어요. 특히 군 최고사령관은 기업 집단인 미얀마경제공사(MEC)와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의 최고 수장을 겸하거든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오는 6월 임기가 만료되면 모든 이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저는 쿠데타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있었어요.”

그는 유엔 보고관 시절 내내 군부 소유 기업에 지원을 중단하는 식으로 군부의 자금줄을 끊어놓는 ‘핀셋 제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와 유착하고 있고, 일본은 군부 기업과 합작한 회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미얀마와 이해관계가 덜 얽혀 있고 군부 독재를 경험했다는 공통점도 있거든요.”

이 교수가 미얀마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가족사와도 연관이 있다. 그의 선친은 한국 야당사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고(故)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다. 다섯 살이었던 1961년 5·16 쿠데타가 일어나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대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총을 든 군인들이 군홧발로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어요. 이후 우리 가족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일곱 살엔 온 가족이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군부 정권은 물러가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적도 있어요.” 이 교수는 “군부의 진압이 낯설지 않기에 미얀마는 유독 애틋하다”고 말했다.

유엔 보고관 시절이던 2017년, 이슬람계 소수 민족 로힝야족 학살 사태가 발생하자 그는 실상을 알리기 위해 군부와 맞섰다. 미얀마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불교계 버마족에게서 ‘악마 같은 여자’ ‘너네 나라로 꺼져라’라는 원색적인 욕설을 들었다고도 했다. 그리고 4년 뒤, 이번엔 군부의 대(對)국민 탄압이 시작되자 로힝야 사태 때 그를 욕했던 버마족 지인들이 하나둘씩 그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간곡하게 호소했다. “군부가 총칼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그럴 때 비로소 민주주의를 통한 번영이 올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공유하고 싶어요. 제 신념은 민족과 종교를 가리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