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의 ‘하우유라이크댓’에 맞춰 현란한 손짓을 한다. 긴 머리칼이 리듬에 치렁거린다. 유연한 춤선은 아이돌 가수 저리 가라다. 한참을 몰입했던 소녀는 이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자세를 고쳐 잡고는 90도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김다현입니다.” 최근 막을 내린 TV조선 ‘미스트롯2’의 미(美)에 오른 ‘예절 소녀’ 김다현(12). 아이돌 노래를 듣고 춤추며 즐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요즘 아이’지만, 무대에 올라가 카랑카랑하고 진한 발성을 쏟아낼 때는 프로 가수가 따로 없다. 성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아우라다. “예전엔 학교 친구들이 ‘할머니’라고 했었거든요. 아무래도 소리를 하다 보니 창법 때문에 목소리가 그렇게 들렸나 봐요. 그런데 요즘에는 ‘연예인 왔다’라면서 반겨주고 신기해해요. 하하. 학교 선생님들도 ‘안녕하세요? 다현님 오셨어요?’라면서 목 관리 잘하라고 정말 잘했다고 칭찬 많이 해주셨지요.”
청학동 훈장 김봉곤의 막내로 네 살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다. 김영임 명창(경기민요)과 박복희 명창(판소리) 등을 사사했다. 여섯 살 때 ‘내 나이가 어때서’로 트로트에 입문했다. 어린 시절부터 언니 김도현과 함께 ‘청학동 국악자매’로 이름을 날렸다. 2018년부터 전국을 다니며 자선 기부 행사에도 나섰다. “춥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에 멈출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 덕분에 미스트롯2에도 도전할 각오를 다질 수도 있었지요.” 노래 공부를 하기 위해 국내 100대 명산 중 33개까지 정복했다. 새소리, 바람결, 맑은 공기를 닮고 싶단다. 산을 타며 단련된 청아한 목소리로 어른들을 제치고 지난해 ‘보이스트롯'(MBN)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것보다 못하면 ‘가짜 실력이었나’라고 하실까 봐 걱정되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았어요. 첫 무대 하기 전에 굉장히 위축되고 제가 작아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인생 뭐 있어요. 하하. 전 아직 어리고 성장해 나가야 할 단계니까 시원하게 도전해서 뭐든 열심히 배워보자고 했죠.”
첫 무대만큼 떨렸던 게 결승 1라운드였다. “‘회룡포' 무대로 최연소 진(眞)도 해봤고 많은 영광을 누렸잖아요. 초등부 ‘하니하니’ 무대나 태연이와 한 ‘어부바’, 언니들과 ‘녹용팀’을 꾸려 메들리전을 할 때는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하니 정말 즐거웠거든요. 그러다 홀로 무대에 섰는데 너무 떨렸어요. 마음을 내려놨죠. 6등만 해도 감사하겠다 생각하고 생방송 대국민문자투표 결과를 엄마랑 지켜보는데, 그런데 5등도 아니고 4등까지 제 이름이 안 나오는 거예요. 무언가 북받치는 심정에 그 자리에서 펑펑 울고 말았어요.”
김다현의 목표는 세계에 트로트와 국악을 함께 알리는 것. “정확한 가사 뜻을 몰라도 감정이 먼저 발동하는 게 노래잖아요. 거기에 판소리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역경 딛는 드라마와 트로트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한글 노랫말까지 알려지게 되면 세계가 더욱 반할 것 같아요. 그리고 트로트 기교가 사람 뒤흔드는 맛이 있잖아요. 다현이와 함께 트로트 맛에 다 같이 빠져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