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침과 뜸 대중화에 매진했던 ‘침구(鍼灸)계의 큰 별’ 구당(灸堂) 김남수(金南洙) 옹이 105세로 별세했다.

전남 장성군과 유족에 따르면, 구당은 지난 27일 오후 4시 50분쯤 장성군 서삼면 금계마을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아호 구당은 ‘뜸(灸)을 뜨는 집(堂)’이라는 뜻이다.

평생 침과 뜸 대중화에 매진했던 구당 김남수(105)옹이 지난 27일 별세했다. 구당은 2011년 본지 인터뷰에서“침과 뜸 시술할 때 진짜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DB

1915년 5월 전남 광산군 하남면(지금의 장성군)에서 태어난 구당은 의생(醫生) 집안 자손이던 부친 김서중씨에게 11세 때부터 뜸과 침을 배웠다. 28세이던 1943년 침사(鍼士·침을 놓는 사람) 자격증을 따고 구사(灸士·뜸 놓는 사람) 자격 없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서 남수침술원을 열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구당은 구순을 넘긴 나이에 국내 한의학계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로 떠올랐다. 2008년 방영된 공중파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방송에서 선보인 자가(自家) 뜸 치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전국적으로 뜸 열풍이 불었다. 시청률은 20%가 넘었다.

소설가 조정래, 시인 김지하, 배우 고(故) 장진영, 수영 선수 박태환 등에게 시술한 사실도 알려졌다. ‘현대판 화타(華陀⋅명의)’ ‘뜸 전도사’ ‘뜸 대가’ 등 수식어가 붙었다. “구당의 손만 거치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말까지 퍼졌다. 구당은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침으로 한번에 어깨를 고쳐줬더니 나를 ‘한번침 선생’이라 불렀다”고 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침과 뜸으로 푹 자게 해 줘 한동안 정보부장 사택으로 출근했다”며 “삼성 이학수씨 무릎을 고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2년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서 자원봉사상 금상을 받았고, 대통령 표창(2002년)과 국민훈장 동백장(2008년)을 받았다.

하지만 한의사협회는 “구당 이력이 과장됐고, 신분도 침구사가 아닌 침만 놓는 침사로 뜸을 뜰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현대판 화타’에서 ‘무면허 침술가’라는 엇갈린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2008년 서울시가 구당의 의료 행위를 45일간 정지하고 법원도 서울시 손을 들어주자 구당은 침술원을 폐쇄하고 중국과 미국으로 건너가 뜸 시술을 전파했다. 동시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침사에 의한 뜸 치료도 안전한 시술”이라며 서울시 행정처분 등을 뒤집었다. 반면 대법원은 2017년 구당이 수강생들에게 돈을 받고 침·뜸 실습 교육을 한 것은 불법 의료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듬해 재판에서 구당의 제자들은 ‘뜸 시술이 불법 의료 행위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받았다.

100세를 맞은 2015년 구당은 선영(先塋)이 있는 고향 장성에 무극보양뜸센터를 열었다. 2018년 몸이 쇠약해지면서 75년 지속한 침구사(鍼灸師) 일을 중단했다. 장녀 김관순(71)씨는 본지 통화에서 “침사에게 뜸은 기술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아버지의 평소 생각이었다”며 “침과 뜸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노력한 아버지는 인체에 해가 없는 뜸으로 돈벌이보다는 봉사에 전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생전 ‘배워서 남 주자’는 자신의 신조를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빈소는 장성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