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상을 받는 것은 벌을 받는 것도 같습니다. 감당해야 하는 것들, 두려운 것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27일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린 제51회 동인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김숨(46)씨는 수상을 벌 받는 것에 빗대며 “쓰는 행위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중”이라고 했다. “두려움이 너무 커서 숨을 곳을 찾아다니던 중, 두려움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 쓰는 행위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쓰면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중입니다.”
올해 수상작인 ‘떠도는 땅’은 연해주에 정착한 조선인 17만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비극을 그렸다. 뿌리 뽑힌 채 열차 한 칸에 실려 이주해야 했던 27명의 목소리를 되살려냈다. 김숨씨는 “문학이 무엇인지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는 걸 썼다”면서 “쓰는 행위를 통해 제가 얻은 게 있다면 소설 속 존재들과 함께 슬퍼하는 법, 기뻐하는 법을 배운 것”이라고 했다. “쓰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고 하고 싶은 게 없습니다. 쓰는 동안 제가 확신하지 않기를, 무능력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그는 “누가 읽어줄까 싶었던 제 소설을 읽어주신 심사위원의 한마디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심사위원인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김숨의 ‘떠도는 땅’은 요령부득이고 불가항력이며 속절없었던, 20세기 한국인의 가혹한 수난을 바투 뒤쫓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죽음과 탈진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난은 그것을 치러내는 자들에 의해 움직인다. 그로부터 부당한 운명을 부인하며 분발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태어난다. 이데올로기의 언어에 대항해 삶의 노래가 숨결을 고른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한 김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아픈 역사와 피해자의 증언들을 소설로 다뤄왔다. 축사를 맡은 김정환 시인은 “김숨 작가는 수난과의 접촉 면적을 될 수 있는 한 늘리고 그 깊이를 탐구하며 수난과 한 몸이 되어왔다”면서 “어떨 때는 그 정도가 지나쳐 걱정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수난과 한 몸이 되어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보고자 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어떤 때는 짐승의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하나님의 목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수상자는 김동인의 초상을 청동 조각으로 새긴 상패와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심사위원 김인숙 소설가·정과리 문학평론가,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홍준호 발행인 등 최소 인원만 참석했다. 시상식 촬영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