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FP·연합뉴스, 사진가 조 맥고티 지난 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드리블하는 손흥민(왼쪽). 오른쪽 사진은 2010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한 86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와일리는 내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해외 개인전을 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은 86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영국 프로축구 1위 팀 토트넘 홋스퍼의 에이스로 리그 득점 선두를 다투고 있는 손흥민(28). 지금 영국 예술과 스포츠에서 주목받는 두 사람이 58세 나이 차를 넘어 이메일 대화를 나눴다. 로즈 와일리는 천진하고 순수한 표현력, 주목받지 못하던 일상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는 화가다. 내달 4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그의 첫 대규모 해외 개인전이 열린다.

사별한 남편과 딸까지 와일리의 가족은 대부분 토트넘의 열렬한 팬이다. 영국 축구와 토트넘, 손흥민을 주제로 한 그림도 여럿 그렸다. 와일리가 먼저 “난 숫자 중에 구부린 무릎처럼 생긴 ‘7’이 좋다”며 손흥민이 등번호로 ‘7’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손흥민은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7번을 달고 뛰는 모습을 오래 봐왔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독일 레버쿠젠에서도 7번이었고, 토트넘 입단 때도 마침 주인이 없던 7번을 달았죠. 운이 아주 좋았어요!” 7번은 손흥민의 어릴 적 우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번호. 영국에선 과거엔 베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현재는 손흥민과 스털링(맨시티), 캉테(첼시)가 대표적 7번 선수다.

손흥민의 득점 장면을 그린 로즈 와일리의 그림 ‘토트넘 5위에 오르다’.

와일리는 미대에 다니다 21세에 결혼하며 화가의 꿈을 접었지만, 45세에 다시 영국 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하며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2013년 테이트 브리튼과 서펀타인 갤러리 전시로 대중적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존 무어 페인팅상(2014), 2018년 영국 훈장(OBE) 등을 받았다. 사랑스러운 색깔과 발랄한 시선은 그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와일리는 “토트넘 유니폼의 파란색 ‘델프트 블루’(delft blue)를 좋아한다”며 “흰색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컬러”라고 했다. ‘델프트 블루'는 네덜란드 델프트 지역에서 만들어진 최고급 도자기 혹은 그 푸른색을 가리키는 말이다. 손흥민은 “호나우지뉴,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도 그리셨는데 거기 제가 포함돼 영광”이라며 축구의 어떤 점이 그림의 소재로 흥미로운지 물었다. 와일리가 답했다. “축구 선수는 일종의 ‘신(神)’ 같아요. 대중적이고, 누구나 흥미와 친근함을 느끼죠!”

좋아하는 한국 미술가를 묻는 질문에 와일리는 “양혜규 작가의 설치 작품 ‘여럿의 폴리: 가브리엘 레스터’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듯한 고대 벽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한국의 고구려 고분 벽화도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한국 전시를 앞두고 있지만 사실 한국 문화는 잘 알지 못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올드보이’ ‘아가씨’ 같은 영화를 봤고, ‘기생충’도 곧 보려고요. 추천할 한국 영화가 있나요?” 손흥민은 ‘극한직업’을 추천했다. “요즘처럼 웃음이 필요할 때 ‘극한직업’은 정말 많이 웃을 수 있는 영화라 꼭 추천하고 싶어요!”

내달 4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로즈 와일리의 첫 대규모 해외 개인전 포스터. 이번 전시에서 그는 회화, 드로잉, 설치미술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테이트 모던 VIP룸에만 전시돼 일반 관객은 볼 수 없었던 그림들, 폭 6m가 넘는 초대형 회화 등이 손흥민과 축구를 그린 그림들과 함께 전시된다. /유엔씨, 데이비드즈워너, 초이앤라거

당초 한국 전시 기획사 ‘유엔씨’와 화가의 소속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초이앤라거’는 전시를 앞두고 와일리와 손 선수가 만날 기회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영국 전역이 폐쇄에 가까운 상태가 돼버렸다. 전시 실무를 총괄한 ‘프로젝트 왓에버’의 이선경 프로듀서는 “할머니가 먼저 손흥민을 더 깊이 있게 그리고 싶다며 대화할 기회를 바랐다. 켄트에 사는 할머니와 런던이 기반인 손 선수가 올해 4월쯤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Cuban Scene, Smoke, 2016 (Photo by Soon-Hak Kwon) /Rose Wylie

“축구 선수들은 골을 넣고, 경기를 이기고,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 뜁니다. 화가에게 ‘승리(winning)’란 무엇일까요?” 손흥민의 마지막 질문에 와일리가 답했다. “이런, 나도 알고 싶네요, 하하. 예술에서 승리의 의미라…. 특정 관점이나 질적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죠? 그저 ‘보는 사람들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게 정답 아닐까요?”

이번 한국 개인전에서 와일리는 회화, 드로잉, 설치미술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테이트 모던 VIP룸에만 전시돼 일반 관객은 볼 수 없었던 그림들, 폭 6m가 넘는 초대형 회화 등이 손흥민과 축구를 그린 그림들과 함께 전시된다.

ⓒNK (Syracuse Line Up), 2014 /Rose Wylie
ⓒSissor Girl, 2017 /Rose Wylie
ⓒSix Hullo Girls, 2017 /Rose Wylie
ⓒCuban Scene, Smoke, 2016 (Photo by Soon-Hak Kwon) /Rose Wylie
내달 4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로즈 와일리의 첫 대규모 해외 개인전 포스터. 이번 전시에서 그는 회화, 드로잉, 설치미술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테이트 모던 VIP룸에만 전시돼 일반 관객은 볼 수 없었던 그림들, 폭 6m가 넘는 초대형 회화 등이 손흥민과 축구를 그린 그림들과 함께 전시된다. /유엔씨, 데이비드즈워너, 초이앤라거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Photo by Jo Moon Price) /Rose Wylie
ⓒTottenham go fifth, 2020 (Photo by Jo Moon Price) /Rose Wylie
ⓒScoring 4, 2020 (Photo by Jo Moon Price) /Rose Wylie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선정한 86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유엔씨, 데이비드즈워너, 초이앤라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선정한 86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유엔씨, 데이비드즈워너, 초이앤라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선정한 86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유엔씨, 데이비드즈워너, 초이앤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