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2루수요? 저 맞습니다.”
‘악바리’ 정근우(38·LG 트윈스)는 12일 잠실구장에서 가진 은퇴 회견서 “KBO 역대 최고 2루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당차게 답했다. 그는 “그만큼 열심히 했고, 기대했던 것 이상을 했다”며 “2루수로 역대 최다 경기 출전, 도루, 안타, 득점 기록을 세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프로야구 데뷔 이후 16시즌을 마감하는 정근우는 동기인 김태균(한화)의 은퇴 회견 때 모습과는 달리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특유의 말주변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정근우는 “프로 지명을 받았을 때 펑펑 운 기억이 생생하다”며 “기대 이상을 이루고 사랑을 받아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정근우는 LG가 포스트시즌을 마친 직후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시즌 도중 은퇴를 굳히면서 (박)용택 형처럼 은퇴 투어 느낌을 갖고 싶었지만 형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직접적인 은퇴 이유는 절치부심한 올 시즌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것이다. LG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전성기 모습을 재현하고 싶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김태균, 이대호(롯데)와 더불어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 청소년야구 선수권 대회 우승을 일궈낸 1982년생 황금 세대의 하나인 정근우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정근우는 2005년 SK와이번스에 입단한 뒤 주전 2루수로 10년 넘게 KBO 리그를 대표했다. 통산 1747경기에 출전, 타율 3할2리,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 1072득점을 올렸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3차례 수상했다. 2014년 FA(자유계약선수)로 한화에 이적해 6년, 그리고 올 시즌 LG에서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다.
정근우는 향후 계획에 대해 “지도자도 생각하고, 가족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경기 후 집에 가니 애들 3명이 큰절하면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하고, 집사람이 ‘매 경기가 감동이었습니다’ 하더라”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만이 회견장의 긴 적막을 깼다.
그는 기억할만한 순간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을 꼽았다. 정근우는 별명 중 ‘악마의 2루수’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