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은주(본명 이윤란) 명예보유자가 노환으로 지난 2일 오후 별세했다. /연합뉴스

“공연을 못하면 며칠 동안 잠이 안 와요. 죽는 한꺼정은 제대로 해야지.”

80여 년 소리와 함께 살아온 경기민요 명창 이은주(98·본명 이은란) 선생이 2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난 이 명창은 15세 때부터 원경태 선생에게 경·서도소리, 가사, 시조, 잡가 등을 배우며 소리길에 들어섰다. 아버지는 “시집이나 가지 무슨 소리냐”며 반대했지만, 어머니는 “너 하고 싶은 것 꼭 하라”며 남편 몰래 딸을 서울까지 데려다 줬다. 스승은 “쟁반에 옥 굴러가는 소리 같다”며 ‘은주(銀珠)’란 예명을 붙여줬다. 1939년 인천 홍명극장 명창대회에서 평안도 민요 ‘수심가’로 장원을 하며 일찍이 스타가 됐다.

안비취·묵계월 명창과 함께 경기민요를 대표하는 ‘트로이카’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떨쳤고, 197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로 지정됐다. 이 명창은 오래도록 불리지 않은 ‘태평가’를 6·25 전후로 직접 복원해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1948년 첫 음반 취입 이후 유성기 음반 90여 종과 전축용 LP 300여 종까지 국내 소리꾼 가운데 가장 많은 음반을 취입했다. 1993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975년 이은주 경기창연구원을 개원해 후진 양성에 힘썼다. 여든이 넘어서도 매일 두 시간씩 ‘제자’부터 ‘제자의 제자’까지 지도하며 경기민요 전승에 헌신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제13회 방일영국악상을 받았다.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은 “이 명창의 음악 세계는 경중미인(鏡中美人)”이라며 “소리가 청초하며 섬세하고 미려하다”고 했다. 유족으로 딸 최순희씨가 있다. 빈소는 한양대 장례식장, 발인은 5일 오전 6시40분. (02)2290-9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