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후 1000명 넘게 감염돼 다섯명 중 한명이 숨진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은 아직 치료제도 백신도 없습니다. 사실 좀 부끄러운 일이죠.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겠습니다.”

장희창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소장/조선일보 DB

장희창 신임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은 최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면서 산하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감염병연구소로 격상했다. 질병청 예산의 6%(약 500억)를 쓰는 임상 연구기관으로, 장희창 전 전남대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 8일 3년 임기 초대 소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기존에는 백신과 치료제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것에서 역할이 끝나고는 했는데, 앞으로는 자체 임상 기능을 강화해 신약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장 소장이 취임한 지 3주도 되지 않았는데, 감염병연구소는 미국 국립보건원과 코로나 치료제 공동 임상 진행을 협의하고 있다. 최근 FDA가 사용 승인한 렘데시비르와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 렘데시비르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바리시티닙’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 두 가지다. 그는 “이달 초까지 현장에서 코로나 중증 환자를 치료했던 사람으로서 현장 의료진에게 한시바삐 코로나에 맞설 무기를 건네겠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국내에는 코로나보다 치명률이 높지만 마땅한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SFTS(치명률 약 20%), 비브리오 패혈증(치명률 40~50%) 같은 감염병이 절기별로 유행한다. 장 소장은 “소위 ‘살인 진드기’가 감염시키는 SFTS는 한·중·일을 제외하면 드물어서 다국적 제약사 등 민간이 나서지 않는다”며 “한·중·일 공조를 통한 국제 임상으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 신월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10년 이상 전남대 의대에서 감염내과 교수로 환자를 봤다. 처음 전남대에 갔을 당시에는 광주광역시와 전남을 통틀어 감염내과 교수가 3명밖에 없었다고 했다. 장 소장은 “연고 없던 지역이었지만 더 많은 감염병 환자를 폭넓게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전남대에 자리가 생기자 내려갔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국립감염병연구소장 자리가 ‘새로 조직·인력을 정비하느라 힘만 들고 돈은 민간의 절반도 못 받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는 “원래 프런티어를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은 ‘특이하다’고 부르는 성격”이라고 했다. 군의관 대신 코이카(KOICA) 국제 협력 의사로 방글라데시에서 근무했고, 서울 토박이가 전남으로 내려간 것이 이번 소장직을 맡은 것과 일관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9월 전공의들 파업 당시 환자를 볼 의사가 모자라 13박 14일 동안 병원에서 숙식하며 코로나 중증 환자를 치료했는데 그때보다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