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유리 겔러의 ‘숟가락 구부리기’가 사기극임을 밝혀냈던 ‘초능력자 사냥꾼’ 제임스 랜디(92)가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192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랜디는 젊은 시절 ‘어메이징 랜디’라는 예명의 프로 마술사로 활동했다. 밀폐된 관에 갇히거나 고공에 거꾸로 매달렸다가 탈출하는 묘기가 전문이었다.
자신도 마술사였지만 초능력자를 자칭하며 명성을 쌓거나 돈을 버는 이들을 두고 보지 못했다. 염력으로 금속을 구부릴 수 있다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유리 겔러(74)의 묘기가 단순 마술 트릭임을 밝혀낸 것이 대표적이다. 1973년 겔러가 ‘투나잇 쇼’에 출연하는 날 랜디는 소품팀과 협의해 숟가락 등 모든 소품을 어떤 변조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 결과, 겔러는 22분 동안 숟가락 하나 구부리지 못하고 내려갔다.
랜디는 1976년 천문학자 칼 세이건,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 등과 함께 ‘회의적 조사 위원회’를 설립해 초능력이나 불가사의를 과학적으로 반증하는 활동을 해왔다. 1996년 제임스 랜디 교육재단을 설립해서 정해진 과학적 조건하에 초능력을 증명하는 사람에게 100만달러를 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5년 종료될 때까지 1000여 명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