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치앤필름 제공 다큐멘터리 '알피니스트'의 촬영을 위해 2016년 히말라야 답사를 떠난 고 임일진(오른쪽) 감독과 후배 김민철 감독. 임일진 감독은 2018년 원정 도중 세상을 떠났지만, 김 감독이 촬영분을 편집해서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2018년 히말라야 구르자히말(7193m) 원정 도중 불의의 사고로 김창호 대장 등 동료 산악인 4명과 함께 세상을 떠난 고(故) 임일진 다큐멘터리 감독. 그는 2015년 775만명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특수 촬영 감독으로 참여해서 산악 영상물의 개척자로 불렸다. 고인의 마지막 꿈은 2009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히말라야 현지에서 촬영했던 기록을 모아서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임 감독이 생전에 못다 이룬 꿈을 후배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연출가인 김민철(43) 감독이 이어받아서 실현했다. 15일 개봉하는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임 감독이 촬영하기 시작해서 김 감독이 완성한 산악 다큐멘터리다.

9일 서울 북악산 앞에서 만난 김민철 다큐멘터리 감독은“히말라야 현지에서 고 임일진 감독이 촬영한 300여 시간 영상을 보면서 편집하니 흡사 고인이 곁에 있는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지난 9일 서울 통인동 작업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고인이 살아 계실 적에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6년 만에 뒤늦게 약속을 지키게 되어서 인간적인 미안함과 죄송함이 크다”고 말했다. 다큐 제작을 위해 둘이 처음 만난 때는 지난 2014년. 당시 임 감독은 등산복과 패딩 차림으로 박카스 한 박스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김 감독의 충무로 사무실을 찾았다. 김 감독은 “시골 촌로가 마을회관이라도 가는 것처럼 촌스러웠지만 투박함과 정겨움이 넘쳤다”고 고인의 첫인상을 기억했다.

임 감독은 현지 촬영분을 보여주면서 개봉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후배 김 감독은 “이 상태로는 개봉 못 한다”고 딱 잘라서 말했다. 히말라야 산악의 생생함은 넘쳤지만, 기승전결의 입체적 구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냉정한 판단이었다. 김 감독은 “임 감독이 원정대의 촬영 감독이라는 관찰자적 위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큐의 주인공으로 직접 등장해야 개봉 가능하다”고 설득했고, 결국 다큐 전체의 구성을 변경했다.

민치앤필름 제공 다큐멘터리 '알피니스트'의 히말라야 등정 장면.

2016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다큐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그해 둘은 히말라야 답사를 함께 다녀왔다. 2018년 고인의 마지막 원정 이틀 전까지 인터뷰 촬영을 거듭했다. 다큐 첫 장면에 나오는 임 감독 인터뷰는 생전에 고인이 마지막으로 촬영했던 영상이 됐다. 김 감독은 “임 감독은 산악인들의 등정을 낭만적이고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자의 시선에서 자기 반성과 비판을 하는 치열함과 솔직함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다큐에는 영하 40도의 험준한 산악 절벽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산악 대원들의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등반 도중 먼저 불귀객(不歸客)이 된 선배 대원들의 장례를 마친 뒤 오열하는 임 감독의 모습도 들어갔다. 헬멧에 장착한 소형 카메라로 촬영해서 얼굴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인의 울먹이는 소리 때문에 비감(悲感)은 더욱 커진다.

민치앤필름 다큐멘터리 '알피니스트'의 한 장면.

2018년 구르자히말 원정 도중, 김창호 대장과 임 감독 등 대원 5명은 유명을 달리했다. 다큐 제작도 또다시 연기됐다. 지난해 김 감독은 고인이 남긴 300여 시간의 영상을 보면서 재편집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촬영분을 거듭해서 보고 있으니 고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고 말했다. 다큐는 임 감독의 2주기 기일(10월 12일)에 맞춰 15일 개봉한다. 김 감독은 “다큐를 통해서 순수하고 열정적인 산사나이였던 고인을 기억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