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수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온 아베 전 일본 총리. 이 퍼포먼스로 '아베 마리오'란 별명을 얻었다.

지난달 퇴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66) 전 일본 총리가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명예 최고고문에 취임한다. 모리 요시로 대회 조직위원장은 지난 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이사회에 이렇게 보고하고 “(아베에게) 대회 유치 당시 신세를 진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본인도 기꺼이 승낙했다”며 “대회 성공을 서포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베는 총리 재임 시절 당연직으로 조직위 최고고문·의장을 맡았지만 퇴임 이후 이 역할은 신임 총리인 스가 요시히데에게 승계되고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었다. 올림픽은 2021년 7월 개막한다.

아베는 2012년 말 2차 집권을 시작하자마자 유치 작업을 직접 챙길 만큼 올림픽에 큰 애착을 가져왔다. 올림픽을 경기 침체 탈출의 ‘기폭제’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14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관저로 출근하며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취임 직후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해당국에 IOC 위원이 있는지 등을 챙기는 등 직접 유치 작업을 벌였고, 2013년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 IOC 총회에도 참석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설득 발언을 했다. 이날 올림픽 개최권은 도쿄에 돌아갔다.

2016년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선 일본산(産) 유명 게임 캐릭터 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오는 깜짝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차기 개최국 정상이 직접 무대에 올라 다음 대회를 홍보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해 대회 정상 개최가 어려워졌을 때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정을 늦추다 IOC와 ‘1년 연기’에 합의했다. 반드시 자신의 임기 내에 대회를 치르겠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지병 악화를 이유로 중도 사임하면서 올림픽과 연이 끊기는 듯했으나 퇴임 한 달도 안 돼 조직위가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다시 아베에게 역할을 맡겼다. ‘도쿄올림픽의 상징’으로서 아베가 국내외에 갖는 영향력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달 아베가 공식 퇴임한 직후에도 “아베 전 총리에게 포지션을 드려야 한다. 개회식에 함께 서서 세계 선수와 관객을 맞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