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TV조선 PD

며칠 전 TV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봤다. ‘미스터트롯’ 멤버 한 명과 뮤지컬 배우의 듀엣이었는데, 두 사람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상당히 잘 어울렸다. 트로트와 뮤지컬이라니. 1년 전만 해도 생경했을 이 조합이 이젠 너무 근사하게 느껴진다. 어디 이뿐인가. 트롯맨들은 발라드 디바와 무대를 꾸미고 통기타 전설들과 화음을 맞춘다.

이런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건 비주류로 밀려났던 트로트를 무대의 새 주인공으로 이끈 제작진의 모험과 뚝심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자 할 때 제작진은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낯선 시도에 대한 안팎의 거부반응 때문이다.

낮 뉴스를 제작할 때의 일이다. 당시 종편 시사 프로그램들은 리포트 몇 개 틀고, 이어 평론가들이 관련 대담을 나누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대로 시청률이 나왔기에 안전한 구성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거기에 안주할 순 없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시사를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인 출연이 흔치 않았고, 더구나 뉴스 대담자로 외국인을 등장시키자니 반대 의견이 적잖았다. “한국말이 어눌하잖아” “시사 문제를 깊이 있게 알겠어?” “앵커는 통역을 해야 하나?” 안 되는 이유가 넘쳐났다.

모험을 하기로 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섭외된 외국인들은 한국인보다 더 정제된 한국말을 구사했고, 한국 사회 문제를 자국 상황과 연결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앵커와 둘러앉아 있는 모습은 색다른 그림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안전한 선택이냐, 모험이냐. 제작진의 끝없는 고민 중 하나다. 안전한 선택은 쉽고 시청률도 예측 가능하다. 제작진에겐 큰 유혹이지만, 안전한 선택만 했다가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반면 모험은 가시밭길이다. 새로운 기획일수록 “포기하라”는 경고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 험한 길을 지나면 방송인으로서 한 뼘 성장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제작진이 모험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TV조선 시사제작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