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만불(당시 18억원)의 사나이‘라는 내 별명은 조선일보가 붙여준 것이다. 1995년 6월 조선일보는 내 인터뷰 기사를 큼지막하게 실으면서 이런 다소 자극적인 타이틀을 달았다.

당시 나는 이탈리아의 스포츠 브랜드 ‘휠라 스포트 SPA’의 한국법인 지사장이었다. 1992년부터 한국 소비자에게 ‘휠라’라는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런 사업 성과보다 더 관심을 끌었던 게 당시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받던 내 연봉이었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국내 영업을 시작한 지 3~4년 남짓 된 중소기업 전문경영인이 받는 연봉으로는 어마어마한 액수였기 때문이었다.

그 기사는 패기 넘치던 무명의 기업인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줬다. 기사가 나간 이듬해, 나는 건강보험 납부액으로 추정한 1995년 기업인 급여 순위 3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재계를 이끄는 쟁쟁한 재계 총수들 속에 들어 있는 낯선 내 이름은 더 많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인터뷰 기사가 내 이름 석자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였다면, 급여 순위 기사는 나는 물론 휠라코리아를 더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다.

1997년 나는 조선일보사의 제안으로 첫 자서전 ‘내가 연봉 18억원을 받는 이유’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사실 당시에는 이런 주제로 책을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이랄까 고민도 많았지만, ‘건강하고 정당한 부(富)의 선순환’에 대한 바람과 중소기업인, 사회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간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나를 스타 CEO 반열에 올려놨다.

조선일보는 무명의 기업인을 발굴하고, 늘 응원해 주는 언론이었다. 이후 나는 기업을 운영하며 크고 작은 변화와 성장을 거듭했다. 2005년 한국법인 독립을 시작으로 2007년 휠라 브랜드 글로벌 사업권 인수, 2010년 휠라코리아의 한국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 2011년 미(美) 아쿠쉬네트(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브랜드 보유) 인수에 이은 2016년 지배주주 등극 등 굵직한 이슈들이 이어졌다. 그 이면의 어렵고 힘든 순간 또한 조선일보는 늘 함께했다. 외국계 기업의 늦깎이 지사장에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다양한 기회의 단초를 제공했던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나의 열정과 글로벌 경영을 응원해줬다. 그 덕에 한눈 팔지 않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