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자’ ‘폭탄아’ 등으로 유명한 국내 1세대 만화가 박기정(88·사진)씨가 폐암 투병 끝에 18일 별세했다.
1934년 만주 용정에서 태어났고, 해방 후 귀국해 서울에서 자랐다. 경복고 미술반 상급생이던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의 연재에 자극받아 본격 만화가의 꿈을 품는다. 1956년 스물두 살 나이에 ‘별의 노래’로 데뷔했다. 가난한 한국인 복서 김기수가 세계 챔피언이 되고, 재일 교포 장훈이 일본 야구계에 우뚝 서는 등 당대 스포츠 붐을 타고 복싱 만화 ‘도전자’, 야구 만화 ‘황금의 팔’ 등을 펴내 인기를 끌었다. 가수 최백호 등이 팬클럽 ‘오동추’ 회원이다.
그를 대표하는 건 주인공 ‘훈이’다. 시대의 반항아를 표상하는 캐릭터로 ‘도전자’에서는 차별받는 재일 교포 복서, 만주 거주 당시 체험담이 담긴 항일 만화 ‘폭탄아’에서는 독립투사로 등장한다. 고인은 생전 “제임스 딘, 태양족, 맨발의 청춘으로 이어지는 반항의 정서 속에서 훈이가 태어났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후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 등에서 시사만화가로 활동했다. 명사(名士) 캐리커처로 유명했는데, 간혹 유력 인사들이 잘 그려 달라며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항상 내 맘대로 그렸다”고 작가는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2004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9시 40분. (02)301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