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로 불린 방혜자(85)씨가 노환으로 입원 중이던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 지난 15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유족 측은 “화가는 고통 없이 빛의 세계로 떠났다”고 전했다.

서울대 미대에서 장욱진에게 그림을 배웠고, 1961년 첫 프랑스 국비 유학생으로 선정돼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어릴 적 개울가에서 본 찰랑이는 햇빛의 이미지에 매료돼 60년 가까이 ‘빛’을 화두로 화업을 이어왔다. “생명의 원천”인 빛, 그래서 흙이나 석채 등 천연 안료로 한지나 부직포 같은 식물성 재료 위에 추상의 광휘를 드러내왔다. 고인은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원체 몸이 약한 데다 전쟁 통에는 장결핵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며 “식민 지배와 전쟁 등의 암울한 시대를 거치며 평화·사랑·생명의 존귀함에 일찍 눈뜬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방혜자 2020년작 '봄'(71×71㎝).

빛의 그림은 종교를 초월해 각광받았다. 1993년 프랑스 ‘파리 길상사’ 개원 당시엔 인연이 깊던 법정 스님의 제안으로 후불탱화를 추상화로 그려 사찰에 걸었고, 지난 2018년에는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을 위한 작품으로 고인의 그림이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