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람이 더 이상 살 수 없게 돼서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는 공상과학(SF)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주인공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다른 별로 떠나는 장면이 나오죠. 이런 이야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정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다른 별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주에 아주 흔한 외계 행성
국제천문연맹(IAU)은 2006년 총회에서 ‘행성’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행성은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하고, 중력이 있어 둥근 모양을 유지해야 하며, 궤도 주변에 다른 큰 천체가 없어야 합니다. 즉,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 8개만이 행성에 해당해요.
태양이 아닌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은 모두 외계 행성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외계 행성은 태양이 아닌 자기만의 다른 중심별 주위를 돈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현재까지 6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이 발견됐습니다. 과학자들은 실제 우주에 이보다 훨씬 많은 외계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외계 행성은 우주에서 아주 흔한 천체라는 것이죠.
외계 행성은 어떻게 찾을까?
그렇다면 외계 행성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외계 행성 발견에 많이 사용된 방법 2가지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트랜짓(Transit·통과)’ 방법을 가장 널리 사용합니다. 외계 행성이 중심별 주위를 돌다 보면, 우리가 보는 위치에서 중심별 앞을 지나갈 때가 있겠죠. 그 순간 외계 행성에 중심별 빛이 가려 아주 조금 어둡게 보입니다. 이것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면 ‘아, 저 중심별을 도는 행성이 있구나’ 하고 알아낼 수 있는 거예요. 이 방법으로 발견된 외계 행성은 전체의 약 75%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시선 속도’를 확인하는 겁니다. 이때 빛을 색깔별로 쪼개 분석하는 장치(분광기)를 사용해요. 외계 행성이 중심별 주위를 돌 때, 두 별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중력) 때문에 중심별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게 됩니다. 외계 행성이 지구 가까이로 와 중심별도 우리 쪽으로 이동하면, 중심별 빛은 원래보다 푸른빛에 가깝게 보여요. 반대로 멀어지면, 붉은빛으로 살짝 바뀌어 보이죠. 이렇게 별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색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현상을 ‘도플러 변이’라고 합니다. 약 20%의 외계 행성이 이 방법으로 발견됐습니다.
우리 연구진이 경북 영천 보현산 천문대에서 시선 속도 방법으로 발견한 중심별과 외계 행성에는 각각 ‘백두’와 ‘한라’라는 한글 이름이 붙기도 했어요. 이 이름은 전 세계에서 사용합니다.
우리가 발견한 외계 행성만 300개래요
나머지 5%는 ‘미시 중력 렌즈’ 방법을 이용해 발견됐어요. 미시 중력 렌즈란 두 별이 관측자와 일직선상에 놓이는 순간, 앞쪽 별의 중력 때문에 뒤쪽 별의 빛이 더 밝아지는 물리 현상을 가리켜요. 보통 앞에 별이 있으면 뒤 별은 가려져서 어두워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앞에 있는 별의 강한 중력이 뒤에서 오는 빛의 길을 휘게 만들어서 빛이 직진하지 않고 중심별 주변을 돌아 우리 눈으로 더 많이 들어오게 되는 거예요.
우리가 있는 지구와 아주 멀리 있는 별,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중심별이 일직선상에 놓이면, 뒤쪽 별에서 온 빛은 중심별의 중력 때문에 아주 밝게 보이는데요. 이때 중심별 주위에 외계 행성이 있다면, 밝기가 한 번에 매끄럽게 변하지 않고 중간에 갑자기 더 밝아지거나 살짝 꺾이는 등 예상과 다른 변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우리나라 연구진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지금까지 257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미시 중력 렌즈 방법으로 발견된 외계 행성의 약 75%에 해당합니다. 보현산 천문대 등 국내에서 찾은 경우까지 합치면 우리 연구진이 발견한 외계 행성은 약 300개라고 합니다.
KMTNet(외계 행성 탐색 시스템)이 이 방법의 중심에 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에 망원경을 1대씩 설치하고 2015년부터 관측해 오고 있어요. 이 세 지역은 지구 경도를 따라 대략 3등분된 장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 관측소에서 밤이 끝나고 해가 떠도 이웃한 다른 관측소가 있는 지역에 밤이 시작돼 관측을 이어간답니다.
외계 생명체는 살고 있을까?
과학자들은 몇 가지 조건을 따져 외계 행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여러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행성의 온도입니다. 행성이 중심별과 가까우면 너무 뜨거워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모든 것이 얼어붙어 생명체가 살기 어렵습니다. 외계 행성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위치를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이라고 합니다. 최근 이 조건을 만족하는 행성들은 많이 발견됐지만, 아직까지 생명체의 존재가 확인된 사례는 없습니다.
한편 지구와 크기와 환경이 비슷한 외계 행성(‘TRAPPIST-1e’),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 행성(‘LHS 1140b’) 등이 외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만, 아직까지는 더 정밀한 관측과 연구가 필요한 상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