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캄쾀바·브라이언 밀러 지음 l 김흥숙 옮김 l 출판사 서해문집 l 가격 1만4500원
2007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세계적인 지식 강연 테드(TED)가 열렸습니다. 영어를 더듬는 스무 살 청년의 연설이 끝나자 청중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강연의 주인공은, 말라위의 캄캄한 빈민촌에서 온 윌리엄 캄쾀바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은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도 기어코 자신만의 ‘빛’을 조립해낸 캄쾀바의 기적 같은 실화입니다.
캄쾀바가 자란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1년 나라 전체에 끔찍한 가뭄과 기근이 닥칩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고, 14세 소년 캄쾀바 역시 학비가 없어 중학교를 그만두고 밭으로 나가야 했죠. 소년은 평생 가난한 농부로 살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절망 속에 주저앉는 대신 묵묵히 다른 길을 찾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동네 초등학교의 작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에너지 이용’이라는 미국 교과서를 발견해요. 책 속 낡은 풍차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빼앗기죠. 캄쾀바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고 펌프를 돌릴 수 있다면, 1년 내내 밭에 물을 대고 모두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말라위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거센 바람과 버려진 고철뿐이었습니다. 소년은 고장 난 트랙터 부품, 끊어진 자전거 체인, 플라스틱 파이프 등을 구하러 매일 쓰레기장을 뒤졌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라는 뜻의 ‘미살라’라고 부르며 혀를 찼지만 캄쾀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실패와 조롱 끝에 완성된 엉성한 풍차가 마침내 힘차게 돌기 시작한 날, 연결된 작은 전구에 눈부신 불빛이 들어옵니다. “전기 바람이에요! 제가 미치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소년을 비웃던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이 책이 ‘천재 발명가의 성공담’을 넘어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용서하고 연대하는 방법을 배우며 성숙해지는 소년의 내면까지 섬세하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파 남의 밭에서 강냉이를 훔친 이웃을 두고 “경찰을 부르면 그 사람들은 감옥에서 굶어 죽어. 우린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가르침, 모두가 캄쾀바를 손가락질할 때 자기 주머니를 털어 부품을 사준 친구들이 없었다면 이 기적은 결코 완성되지 못했을 겁니다.
캄쾀바는 가난을 “매우 깊은 구멍 속에 갇힌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 역시 살면서 종종 이런 구멍에 빠진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책을 읽고 풍차를 만들어낸 캄쾀바의 이야기는, 내게 없는 것을 불평하는 대신 지금 손에 쥔 것들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라고 우리를 다독입니다. 주변의 섣부른 판단과 차가운 현실 앞에서도 묵묵히 땀방울을 흘릴 때, 우리 삶에도 희망이라는 전구에 불이 켜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