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지음 l 윤순식 옮김 l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 l 가격 1만8000원

192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20세기 독일 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 그의 대표작 ‘토니오 크뢰거’는 작가가 28세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입니다. 독일의 명망 있는 상인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규율을 중시하는 아버지와 예술적 기질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이 두 핏줄은 그에게 평생 ‘안정적인 시민의 삶’과 ‘고독한 예술가의 삶’ 사이에서 방황하는 운명을 안겨주었죠.

주인공 토니오가 소년 시절부터 겪은 소외감은 단순히 내성적인 성격 탓만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예민한 감각을 타고났기 때문이었죠. 그는 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에서 영감을 얻고, 친구들이 즐기는 유행어를 듣고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토니오는 또래 친구들 중 아무런 고민 없이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소년 ‘한스’와 소녀 ‘잉에’를 동경합니다. 토니오는 그들이 사는 평범한 세계에 속하고 싶어 애쓰지만, 날카롭고 예민한 시선을 가진 토니오는 자꾸만 무리 밖으로 밀려납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깊이 느끼는 비범함이 역설적으로 그를 가장 외롭게 만든 거예요.

어른이 돼서 고향을 떠나 유명 작가가 된 토니오는 이 결핍을 ‘냉소’로 채우기 시작합니다. 그는 예술가란 인간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관찰자가 돼야 한다고 굳게 믿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해요. 자신이 끝내 가질 수 없었던 평범한 행복을 ‘진부한 것’이라 깎아내리며 차가운 지성 뒤로 숨어버린 거예요. 하지만 인간적인 온기를 거부하고 오직 완벽한 문장만을 좇는 삶은 시간이 갈수록 그를 텅 빈 것처럼 공허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가 답을 찾은 곳은 여행지인 덴마크였습니다. 어느 바닷가 호텔 무도회장에서 그는 어린 시절의 한스와 잉에를 꼭 닮은 젊은이들이 행복하게 춤추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게 됩니다. 그 풍경을 보며 토니오는 비로소 자신이 가슴속 깊은 곳에선 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는 친구 리자베타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을 “예술의 세계로 길을 잘못 든 시민”이라 정의합니다. 평범한 시민과 예술가의 경계선에 서서 방황하는 삶 자체를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받아들인 거죠.

이 작품이 100년이 넘도록 고전으로 살아 숨 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구나 ‘남들과 다르다는 불안감’과 ‘어딘가에 온전히 소속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책은 남들보다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더욱 위로가 됩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고 방황하는 일은 때로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바로 그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