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의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비스 제미나이 이용자 3명 중 2명은 오픈AI의 챗GPT를 쓰다가 갈아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제미나이(Gemini)는 라틴어로 ‘게미니’라고 발음하며 ‘쌍둥이’라는 뜻이에요. 원래 영어로는 ‘제미니’라고 발음하는데 이는 하늘의 별자리 중 ‘쌍둥이자리’를 뜻합니다. 구글의 생성형 AI는 왜 이런 이름을 갖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구글 내의 AI 연구 조직인 ‘구글 브레인’과 ‘구글 딥마인드’가 하나로 합병해 탄생한 새 조직에서 제미나이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제미나이 개발을 이끈 구글 수석 과학자 제프 딘은 “쌍둥이라는 이름은 합병된 두 조직을 뜻한다”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둘째,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달 탐사 경쟁과 관련 있어요. 당시 미국은 소련의 우주선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머큐리 계획’, ‘제미니 계획’, ‘아폴로 계획’ 등 3단계 프로젝트를 세워 연구에 매진했어요. 그 결과 미국은 1969년 마침내 세계 최초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어요. 제미니 계획은 우주비행사를 장기간 우주에 머물게 하기 위한 테스트가 목적이었어요. 우주선에 우주비행사 2명이 탔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죠. 과거 우주 산업에서처럼 제미나이도 큰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에요.

하지만 제미나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구글이 담고 싶었던 세 번째 이유가 숨어 있을지 몰라요. 쌍둥이자리 주인공인 그리스 신화의 폴리데우케스와 카스토르 쌍둥이 형제의 우애처럼 인간에게 유용하고 이상적인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지요.

폴리데우케스와 카스토르 형제가 사촌 쌍둥이 형제의 약혼자들을 납치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입니다. 17세기 벨기에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이에요.

그리스 신화 대표 쌍둥이 형제

제우스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 레다의 미모에 반해 그녀가 좋아하는 백조로 변신했어요. 열 달 후 레다는 백조의 알 두 개를 낳았고, 알 하나당 아들 1명, 딸 1명씩 총 4명의 쌍둥이가 태어났어요.

그런데 사실 하나의 알은 제우스의 자녀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레다의 남편인 틴다레오스의 자녀들이었답니다. 폴리데우케스의 아버지는 제우스고, 다른 알에서 태어난 카스토르의 아버지는 틴다레오스였어요. 하지만 두 형제는 함께 묶어 ‘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뜻의 디오스쿠로이로 불려요. 신화에서는 정확한 혈통보다 동시에 태어나고 함께 자란 형제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에요.

18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바티스타 치프리아니가 그린 폴리데우케스(왼쪽)와 카스토르. 신의 아들인 폴리데우케스는 나체로, 인간의 아들인 카스토르는 옷을 입은 모습으로 대비해 표현했어요.

두 사촌 쌍둥이 형제의 경쟁

틴다레오스의 형제이자 메세니아의 왕 아파레우스에게도 링케우스와 이다스라는 쌍둥이 아들이 있었어요. 사촌지간인 디오스쿠로이(폴리데우케스·카스토르)와 링케우스·이다스 두 형제는 경쟁 의식이 강했어요. 디오스쿠로이가 사촌 쌍둥이 형제의 약혼자들을 스파르타로 납치해 아내로 삼을 적도 있었죠.

하지만 세월이 흘러 쌍둥이 사촌 형제는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을 씻어 버리고 함께 힘을 합쳐 아르카디아 지방의 가축을 훔친 다음 배분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어요. 당시 가축은 권력과 명예를 상징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가축을 빼앗는 행위 자체가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었지요.

이때 이다스가 묘안이 떠올랐다며 말 한 마리를 잡아 균등하게 네 부분으로 나눈 뒤 구워서 가장 먼저 다 먹는 사람이 훔친 가축의 절반을 가져가고, 둘째로 빨리 먹는 사람이 나머지 반을 가져가자고 제안했어요. 가축을 두 명에게 몰아주자는 것이었죠. 이윽고 먹기 시합이 벌어졌는데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링케우스·이다스 쌍둥이가 각각 1등과 2등을 차지하여 가축을 모두 가져갔어요.

디오스쿠로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들이 사촌 쌍둥이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후 치밀한 계획을 세운 다음 사촌들의 가축을 훔쳤어요. 뒤늦게 가축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린 이다스·링케우스 형제가 추적에 나섰어요. 링케우스는 엄청난 투시력을 타고났는데요. 벽이나 나무 속은 물론 동물의 몸을 꿰뚫어 볼 수도 있었어요. 땅 밑에 무엇이 있는지도 볼 수 있었죠.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프란체스코 바키아카의 ‘레다와 백조’. 신화에서는 알에서 아기 4명이 태어나지만, 이 작품에는 1명이 더 등장합니다. 축 늘어진 아기가 인간의 유한한 삶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해요. /위키피디아

생을 나눈 쌍둥이 형제

링케우스의 투시력 덕분에 결국 디오스쿠로이의 은신처가 밝혀지고 사촌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어요. 이 싸움에서 링케우스가 카스토르를 죽이고 맙니다. 분노한 폴리데우케스는 링케우스를 죽였죠. 이어 이다스가 폴리데우케스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순간, 폴리데우케스의 아버지인 제우스가 번개를 쳐 이다스를 죽인 다음 다친 폴리데우케스를 올림포스 궁전으로 데려갔어요.

이때부터 올림포스 궁전에서 신들과 함께 살게 된 폴리데우케스는 죽은 형제 카스토르를 그리며 슬퍼했어요. 급기야 어느 날 아버지 제우스에게 차라리 죽은 카스토르가 있는 지하 세계로 보내 달라고 간청했지요. 감동한 제우스는 폴리데우케스와 카스토르가 하늘과 지하 세계를 하루씩 번갈아 오가며 살도록 했어요. 폴리데우케스의 남은 생을 둘이 나눠서 산 것이지요. 그 후 폴리데우케스가 수명을 다하자 제우스는 형제를 쌍둥이 자리로 남겨 선원들의 수호신으로 삼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