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l 왕은철 옮김 l 출판사 현대문학 l 가격 1만9800원
연일 들려오는 전쟁 소식에 세계가 어수선합니다. 우리는 안타까워하지만 때로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참혹한 폐허로 변한 그곳도 한때는 누군가 매일 친구와 뛰놀던 일상의 공간이었습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전쟁이 평범한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도 인간의 양심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평화로웠던 1970년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시작합니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 ‘아미르’와 하인 ‘하산’은 형제처럼 자랍니다. 특히 하산은 아미르를 위해서라면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충직하고 순수한 친구였죠. 연날리기 대회가 열리던 겨울날, 우승을 차지한 아미르를 위해 하산은 끊어진 연을 잡으러 달려가며 외칩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1000번이라도!”
하지만 그날 으슥한 골목길에서 하산이 동네 불량배에게 잔혹하게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아미르는 두려워 도망치고 맙니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아미르는 하산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집을 떠나게 만듭니다. 얼마 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며 전쟁이 시작됩니다. 총성이 울리는 고향을 등지고 아미르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합니다.
미국에 정착한 뒤 아버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미르는 작가로 성공해 과거를 잊은 척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옛 동업자 라힘 칸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옵니다. 불치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라힘 칸은 아미르를 자신이 망명해 있는 파키스탄으로 불러냅니다. 파키스탄에서 아미르는 충격적인 비밀을 듣습니다. 하산이 사실 아미르의 이복형제였다는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쟁 이후 내전을 거쳐 탈레반(이슬람 무장 조직)이 집권하게 됐는데, 하산 부부가 아미르의 옛 집을 지키려다 탈레반에게 살해당했다는 비보도 전해 듣습니다.
라힘 칸은 “다시 좋은 사람이 될 길이 있다”며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해 달라고 아미르에게 부탁합니다. 진실을 마주한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소랍은 놀랍게도 어린 시절 하산을 괴롭혔던 불량배 아세프에게 붙잡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아세프는 탈레반 간부가 됐고, 고아원에서 소랍을 탈레반에 넘긴 것이었죠. 아미르는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인 끝에 조카 소랍을 구하고나서야 비로소 하산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 됩니다.
이 소설이 전 세계 수천만 독자에게 읽힌 이유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양심을 짚어내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지도 위 국경선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영혼을 산산조각 냅니다. 하지만 잿더미 속에서도 다시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아미르의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