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금(錦) 옷 의(衣) 돌아갈 환(還) 고향 향(鄕)
지난 21일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광화문에서 컴백 공연을 열었습니다. 새 앨범 이름은 ‘아리랑’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을 나타내죠. 이번 공연은 ‘BTS의 금의환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의환향은 ‘비단 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타지에서 출세한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올 때 쓰는 말입니다.
이 고사성어는 기원전 206~202년 중국에서 일어난 초한전쟁에서 나왔습니다. 초한전쟁은 진나라 멸망 후 항우와 유방이 중국의 패권을 놓고 벌인 전쟁이에요. 진나라가 멸망하던 무렵 초나라 출신인 항우는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으로 진격해 들어갔습니다. 황궁을 불태웠고 수도를 초토화시켰죠. 항우는 새 왕조를 세우려 했고 수도를 어디로 정할지 고심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 측근이 이렇게 건의했죠. “함양은 주변이 산과 강으로 막혀 있어서 지형적으로 수도로 삼기에 적합하고, 땅도 비옥해서 생산력도 좋습니다.” 진나라의 수도를 이어받아 그대로 사용하자는 뜻이었어요.
그러나 항우는 함양이 탐탁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파괴한 진나라의 수도일 뿐이었고, 한번 황폐해진 도시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항우는 어디를 수도로 삼고 싶었을까요? 바로 자신의 고향입니다. 금의환향을 하고 싶었던 것이죠. 항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부귀해지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마치 비단옷[錦衣·금의]을 입고 밤길을 걸어가는[夜行·야행] 것과 같다. 비단옷을 입었다 한들 어두운 밤길을 거닌다면 그 부귀함을 누가 알아주겠는가”.
금의환향은 항우가 말한 금의야행이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서로 대비되는 의미지요. 금의야행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다닌다는 말로, 자랑하지 않는다면 애써 한 일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헛수고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항우는 함양을 떠나 결국 고향 팽성을 수도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항우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4년 만에 유방의 군대에 패하고 말았거든요. 전쟁에서 승리한 유방은 한나라를 세웠고, 수도는 함양으로 정했습니다. 객관적으로 함양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방의 예측대로 함양은 몇 년 만에 수도의 위용을 다시 갖추게 됐습니다.
유방도 고향으로 돌아가 금의환향을 했습니다. 항우와 다른 점은 귀향 시기였죠. 유방은 황제가 되고도 십수 년이 지난 후에야 처음으로 고향인 패현으로 돌아갔습니다. 고향 사람들에게 세금을 면제해주고 잔치를 열어 같이 노래하고 춤추며 금의환향의 즐거움을 나누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