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에는 달마산(499m)이 있습니다. 고려 시대 한 스님의 여행기에도 나올 정도로 오래된 산 이름인데요. 어떻게 땅끝 해남의 낮은 산에 1000여 년 전부터 달마 대사의 이름이 붙은 걸까요?
달마 대사는 불교 선종의 창시자로 알려진 중국 승려입니다. 한 설화에 따르면, 달마 대사가 중국 소림사에서 벽을 보고 9년간 명상 수련한 끝에 깨달음을 얻어 중국에 수련 방법을 전파한 후 해남으로 건너와 이 산에 살았다고 해요.
또 다른 유래는 달마산에 있는 미황사 창건 설화와 관련 있어요. 통일신라 시대 인도에서 불상과 경전 등을 실은 배가 해남에 도착하자, 의조 스님이 이것들을 소 등에 싣고 이동하다가 소가 드러누운 산기슭에 미황사를 세웠다고 해요. 인도에서 가져온 경전을 보관한 절이 있는 산이라고 해서 ‘다르마산’이 변해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르마(dharma)는 산스크리트어로 법, 종교적 진리 등을 뜻해요.
국가유산청은 미황사 일대를 명승(국가가 지정해 보호하는 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며 “삼황(三黃)의 조화가 만들어낸 절경”이라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삼황은 미황사에서 보는 노을빛과 달마산 능선의 바위색, 불상의 황금색까지 세 가지 황색을 가리켜요.
달마산은 ‘해남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립니다. 조선시대 때는 지역마다 최고로 꼽히는 바위산에 지역명을 붙여 ‘OO의 금강산’이라 불렀지요. 산의 서쪽에서 보면 능선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쭉 뻗어 있어요. 고려시대 무외 대사는 여행기에서 달마산에 대해 “치마를 두르듯 늘어서 있고 흰 돌이 솟았는데 벽과 같다. 사자가 하품하는 모습과 용과 범이 발톱과 이빨을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쌓인 눈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기도 하다”며 “그 아름다움이 속세의 경치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옛날부터 정상에 있는 봉수대에 봉화를 피워 중요한 소식을 전했는데요. 달마산 정상은 ‘불선봉’ 또는 ‘불썬봉’이라 불립니다. ‘불 켜다’를 ‘불 써다’라고 하는 이곳 사투리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해요.
달마산 둘레길인 달마고도(17.74㎞)도 인기예요. 2017년 미황사의 주지였던 금강 스님이 주도해 삽과 지게로 돌을 깔아 길을 만들었습니다. 기계를 쓰지 않고 만들어 ‘수제 걷기길’이라고도 불립니다. 금강 스님은 법정 스님과 친했는데, 두 사람 모두 고향이 전남 해남이었어요. 2010년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장례 후 남은 재 일부를 가져와 달마고도의 소나무 아래 뿌렸다고 해요.
마침 오는 28~29일 달마고도 걷기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 달마산 둘레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