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산 망원경 ‘케이 드리프트(K-DRIFT)’가 칠레에서 첫 영상 관측에 성공했어요. K-DRIFT는 한국천문연구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초극미광’ 천체 망원경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를 ‘천체’라고 부르는데요. 우리가 눈으로 보는 밤하늘보다 밝기가 수천 배 낮아 일반 망원경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매우 희미한 빛(초극미광)을 내는 천체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이 바로 K-DRIFT랍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어두운 천체를 관측해야 하는지, K-DRIFT는 다른 망원경과 무엇이 다르길래 어두운 천체를 볼 수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우주를 열어준 망원경의 발전

망원경(Telescope)은 ‘멀리(Tele) 본다(Scope)’는 뜻으로, 먼 곳을 확대해 보는 도구입니다. 망원경의 역사는 1608년 네덜란드의 한 안경점에서 시작됩니다. 안경 제조업자였던 한스 리퍼세이는 두 개의 렌즈를 적당한 간격으로 뒀을 때 멀리 있는 물체가 크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소식은 이듬해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전해졌고, 그는 곧바로 렌즈를 조합해 자신만의 망원경을 제작했습니다. 1610년 갈릴레이는 이 망원경을 이용해 인류 최초로 천체 관측을 했어요. 매끈하다고 생각했던 달 표면은 구덩이 투성이였고, 목성 주위를 도는 4개의 위성(갈릴레이 위성)도 발견했습니다. 또한 금성도 달처럼 위치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이는 행성들이 지구가 아닌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지동설’을 확신하게 한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망원경에 빛이 많이 모일수록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원리를 터득합니다. 이에 더 많은 빛을 모으기 위해 거대한 거울을 활용한 반사 망원경을 만들죠. 1845년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파슨스는 당시 세계 최대였던 지름 1.8m의 거대 반사 망원경 ‘리바이어던’을 제작합니다. 그는 리바이어던으로 소용돌이 모양의 은하를 관측하기도 했어요. ‘파슨스가 발견한 은하 모습에서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영감을 얻어 ‘별이 빛나는 밤’(1889년 작품) 속의 소용돌이치는 별빛을 그렸다’는 설도 있을 만큼, 망원경은 예술가들의 상상력까지 자극했습니다.

1990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허블 우주 망원경을 지구 밖으로 보내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확인했어요. 허블 우주 망원경의 이름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딴 겁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광활한 우주 속 지구가 한낱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인류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줬습니다.

그래픽=진봉기

‘우주 화석’ 관측하는 K-DRIFT

한국 천문학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앞서 K-DRIFT는 밝은 별이 아니라, 밤하늘보다 밝기가 수천 배 낮은 천체를 찾는 망원경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왜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빛을 찾아야 할까요?

과학자들은 우주의 약 85%를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로 추정합니다.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암흑 물질을 찾을 수 있을까요? 힌트는 중력입니다. 물질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 즉 중력을 갖고 있습니다. 암흑 물질도 보이지 않을 뿐 질량이 있어 주변 별과 은하를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은하의 가장 바깥쪽 부분에 있는 아주 어둡고 희미한 별빛을 자세히 관측합니다. 그러면 암흑 물질이 남긴 중력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놓은 모습을 보고 바람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흔적은 과학자들에게 ‘우주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우주 화석’으로 여겨집니다. 이 흔적을 자세히 분석하면 은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 알 수 있대요.

밤하늘보다 어두운 빛, 어떻게 볼까?

그럼 K-DRIFT는 어떻게 일반 망원경과는 달리 어두운 천체를 볼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반사 망원경은 가운데에 작은 거울(부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거울이 우리 눈을 향해 들어오는 빛의 일부를 가리는 ‘차폐’ 현상을 만들어요. 밝은 천체는 빛이 조금 가려져도 여전히 잘 보입니다. 하지만 아주 희미한 천체를 관측할 때는 차폐 현상이 큰 방해가 됩니다.

K-DRIFT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경을 옆으로 비껴 배치하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빛이 지나가는 길을 가리던 부경의 위치를 옮긴 망원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덕분에 빛이 가려지지 않고 깨끗하게 모이게 되는 거죠.

또한 반사 망원경 내부 거울에서 빛이 반사될 때는 빛이 일부 퍼지는 ‘산란광’이 발생하는데요. K-DRIFT의 거울 표면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 수준인 나노미터 단위까지 정밀하고 매끄럽게 가공돼 산란광을 최소화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매우 넓은 하늘을 한 번에 관측할 수도 있어요. 특정 천체를 확대해 보는 망원경이 아니라, 넓게 퍼진 천체를 한눈에 읽는 망원경인 셈이죠.

현재 K-DRIFT는 칠레의 엘 사우세 천문대에서 초극미광 천체를 본격적으로 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망원경이 지금 이 순간에도 희미한 빛을 추적하며 우주의 숨겨진 구조를 밝혀내고 있답니다. 오늘 밤 여러분이 보는 별빛 너머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거대한 우주의 진실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요. 훗날 여러분 중 누군가 K-DRIFT를 뛰어넘는 차세대 우주 망원경을 만드는 주인공이 돼 우주의 끝을 직접 확인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