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은 ‘세계 수면의 날’이었답니다. 수면이란 눈을 감고 의식 활동을 쉬는 상태, 쉽게 말하면 잠자는 걸 뜻하죠. 세계 수면의 날은 충분한 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수면 연구자들이 만든 날이라고 해요. 전기 조명 덕분에 사람들은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24시간 내내 활동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됐지요. 하지만 밤낮 구분이 없는 생활이 습관처럼 쌓이다 보니, 어느덧 피곤한데도 잠을 청하지 못하거나 밤새 깊이 못 자는 사람도 늘어났답니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1797년 작품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입니다.
헨리 퓨슬리의 '악몽'이에요. 1781년 완성했습니다.

어둠의 영역이었던 잠

그림 속 잠든 사람은 의외로 불안한 모습으로 등장할 때가 많아요. 잠들어 있는 인간은 자신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 사이에 온갖 위험과 약탈, 속임수에 노출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성의 시대’라 불리는 18세기 유럽에서 잠은 각종 무시무시한 상상과 알 수 없는 힘들이 지배하는 어둠의 영역으로 이해되곤 했어요.

작품 ①은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입니다. 한 남자가 책상 위에 잠시 엎드려 눈을 붙인 사이 등 뒤로 스멀스멀 온갖 괴물 형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여기서 괴물은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통제되지 않은 감정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이 깨어 있을 때는 이성으로 억압돼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잠이 들면 되살아나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표현했죠.

작품 ②는 스위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헨리 퓨슬리(1741~1825)가 그린 ‘악몽’입니다. 이 그림 역시 잠든 사이 꿈에 나타나는 어둠의 존재들을 보여주지요. 여인이 축 늘어져 있고, 그 위에 괴물 하나가 올라타 앉아 있습니다. 화면 왼쪽에는 커튼 사이로 말의 머리가 보이는데, 눈이 허옇게 멀어 있어 갑자기 날뛸 것만 같아요. 여인은 가위에 눌린 듯 반항도 못 하고 괴물들에게 희생당할 제물로 완전히 내맡겨진 상태입니다.

살바도르 달리의 1931년 작품 '기억의 지속'.

잠의 잠재력

부정적으로 여겨지던 잠이 잠재력을 인정받은 계기는 19세기 후반부터 꿈과 무의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무의식의 세계에서 창조력을 끌어낼 방법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던 예술가들이 20세기 초에 그룹을 결성했는데, 그들이 바로 ‘꿈의 미술가’라고 불리는 초현실주의자들이었죠. 초현실주의자들은 잠자는 상태가 깨어 있는 상태보다 더 솔직하고 진실되며 본연의 인간다움에 가깝다고 믿었답니다.

작품 ③은 초현실주의 그림 중에서 잠을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인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기억의 지속’이에요. 이 그림에는 시계들이 녹은 치즈처럼 흐물흐물 늘어져 있습니다. 그림 중앙에는 기이한 형태의 하얀 물체가 누워 있습니다. 길고 늘어진 속눈썹은 마치 잠들어 있는 듯하죠. 인간의 얼굴 같기도 한 이 형상은 무의식의 변형된 이미지이자, 달리의 자화상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달리는 이렇게 꿈과 무의식 속에서 시간과 현실의 감각이 자유롭게 뒤섞이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정오의 휴식'. 1866년 작품이에요.
앙리 루소의 1897년 작품 '잠든 집시'.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미국 보스턴 미술관

지친 몸과 마음의 회복

작품 ④는 성실하고 순박한 농부를 주로 그린 화가인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정오의 휴식’입니다. 한낮의 뜨거운 들판에 잠시 몸을 눕힌 농부 부부가 있네요. 짚 더미에 몸을 기대고 넓은 챙이 달린 모자로 햇빛을 가린 농부와 그 곁에 기대어 웅크린 여인은 침실이 아닌 들판에서 잠들었어요. 더운 날씨에 일하느라 몹시 지쳤나 봅니다. 신발을 벗어 놓고 다리를 길게 뻗은 채 ‘잠깐만 쉬자’ 하다가 그대로 깊은 잠에 빠진 듯해요. 황금빛 볏짚과 건초 더미가 화면 전체를 덮고 있고, 멀리에는 수레와 소가 아주 작게 보이네요.

작품 ⑤는 야생의 생명력을 예찬한 화가 앙리 루소(1844~1910)가 그린 ‘잠든 집시’입니다. 짙푸른 하늘에는 환하게 달이 떠 있고, 색동옷을 입은 집시 소녀는 하늘을 이불 삼아 곤히 잠들었어요. 지팡이를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소녀는 낮 동안 내내 지치도록 여기저기 헤매 다녔나 봅니다. 피곤한 집시는 잠을 자면서 회복되고 있어요. 야생 밀림의 위대한 수호자인 사자는 소리 없이 다가와 소녀에게 자연이 가진 영험한 은총을 내려주는 듯해요. 밤의 생명력인 달빛도 소녀를 비춰줍니다.

소녀 옆으로 악기 만돌린이 보입니다. 만돌린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하는 창조력을 지닌 악기로 여겨졌고, 덕분에 오래도록 예술가를 상징하는 소재로 쓰였지요. 악기 옆으로는 호리병이 보여요. 지금은 다 마셔버려 비어 있겠지만 밤새도록 촉촉한 이슬이 내려 그 안에 싱그러운 물을 가득 채워줄 거예요.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난 소녀는 만돌린과 호리병을 옆에 끼고 다시 씩씩하게 걸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