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현 지음 l 출판사 세창미디어 l 가격 8000원
묵자(墨子)의 이름은 ‘적(翟)’입니다. 기원전 450년부터 390년 사이에 활동했지만, 태어나고 사망한 때는 불분명해요. ‘묵자’라는 책은 묵자의 가르침을 따르던 제자들이 엮었습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를 살았던 묵자는 침략에 맞서는 전쟁 외에 모든 전쟁은 부당하다고 여겼대요. 이를 ‘비공(非攻)’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침략 전쟁을 반대한다는 뜻이에요.
“잘못이 없는 사람을 죽이고 옷을 빼앗고 무기를 빼앗는다면, 남의 소와 말을 빼앗는 것보다 더 불의하다. 남에게 끼친 해가 많을수록 죄도 커지는 게 당연하다. 남의 소와 말을 빼앗는 것에 대해서는 세상 모든 군자들이 불의하다며 비난할 줄 안다. 그러나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큰일에 대해서는 비난하기는커녕 칭찬하는 이가 있다.”
남의 물건을 빼앗는 강도짓은 비난하면서, 남의 나라를 빼앗으려는 전쟁은 칭송하는 현실에 묵자는 맞섰습니다. 송나라를 침공하려는 초나라 임금을 만나 “자신의 수놓은 비단옷은 버려두고 이웃의 볼품없는 옷을 훔치려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지만, 초나라 임금은 묵자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공수반이라는 기술자에게 성을 공격하는 기계 장치를 만들도록 했어요.
하지만 묵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허리띠와 나무 조각으로 실제 전투 상황 모형을 만들어 초나라가 송나라 성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임금에게 보여줍니다. 묵자는 허리띠를 풀어 성 모형을 만들고, 공수반이 나무 조각으로 공격하도록 했습니다. 공수반은 방법을 아홉 번이나 바꾸면서 허리띠 성을 공격했지만 묵자는 모두 막아냈습니다. 더구나 묵자의 제자 300명이 초나라의 공격을 막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초나라 임금은 침공을 포기했습니다.
묵자는 모든 사람을 보편적이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겸애(兼愛)’가 평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했습니다. 사람들은 남의 편보다 내 편을 더 사랑하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차등을 두어 사랑하는 ‘별애(別愛)’에서 불화가 생긴다는 겁니다. “온 천하의 모두가 서로 사랑하게 되면 나라와 나라는 서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집안과 집안은 서로 해치지 않을 것이고, 도둑이 없어지고 임금과 신하와 어버이와 자식은 모두 자애롭고 효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되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것이다.”
묵자는 타고난 혈통에 따르지 말고 능력과 덕행이 뛰어난 이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를 ‘상현(尙賢)’이라고 합니다. “옛 성왕들은 출신의 귀천을 막론하고 덕이 있는 사람을 가려 그 사람에 알맞은 지위를 주고 어진 이를 존중했다. 농부, 장인, 상인 할 것 없이 유능하다면 기용해 높은 작위도 주고 봉록을 후하게 주며 명령할 권한을 줬다.” 약 2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비공, 겸애, 상현 등 묵자의 생각은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