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지음 l 출판사 동아시아 l 가격 1만5000원

물리 수업 시간에 칠판을 가득 채운 수식과 기호를 보며 한숨을 쉰 적 있나요? 많은 사람에게 물리학은 골치 아픈 학문으로 여겨집니다. 지구가 태양을 돌거나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은 언제나 당연하게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떨림과 울림’은 거대한 우주의 원리를 다정하고 따뜻하게 번역해 주는 책입니다. 물리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일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게 되죠.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부터 볼까요? 이해하기 쉽게 원자를 ‘절대 부서지지 않는 레고 블록’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그리고 사람의 몸을 이루는 원자 하나를 추적해 보는 겁니다. 이 원자 블록은 138억 년 전, 어느 별의 뜨거운 중심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별은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 작은 원자들을 뭉쳐 새로운 원자를 찍어내는 거대한 공장이에요. 별이 폭발하며 흩뿌린 블록들은 지구에 내려앉아 공룡의 피부가 되고, 사과나무 잎사귀도 됐다가, 돌고 돌아 지금 내 몸의 일부로 조립됐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죽음 역시 영원한 소멸이 아닙니다. 블록으로 만든 성이 무너져도 블록은 그대로 남듯, 우리 몸이라는 형체만 흩어질 뿐 원자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몸을 이루던 원자들은 다시 꽃이나 빗방울 등이 되어 여정을 이어갑니다.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별의 먼지’였다는 사실이 묘한 위로가 됩니다.

물리학은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본질도 꿰뚫어 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때 따뜻한 온기를 느낍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의 손은 결코 닿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 속 전자들은 서로 밀어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손 사이 아주 미세한 틈을 두고 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저자는 이 ‘닿을 수 없음’을 슬퍼하는 대신 오히려 안도합니다. 만약 우리가 진짜로 닿아서 서로의 원자가 섞여버린다면, 너와 나라는 경계가 사라질 테니까요. 닿을 수 없기에 비로소 서로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책의 마지막에서 물리학은 다시 우리 마음을 두드립니다. 우주 만물은 멈추지 않고 진동하는데요. 빛도 소리도 심지어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도 미세하게 계속 떨리고 있지요. 물리학에서는 이것을 ‘파동’이라 부릅니다. 세상은 이처럼 ‘떨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자는 이 떨림 속 인간이 가장 경이로운 존재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 닿을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에도 나오는 ‘울림’입니다. 물리학이 우주의 떨림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인간은 그 떨림에 반응해 울림을 만들어내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