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 길을 걷다 예쁜 카페가 보여서 들어갈까 했는데요. 문 앞에 ‘노 핸드크림 존(No Hand Cream Zone)’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거예요. 아이들 출입을 금하는 ‘노 키즈 존’은 봤어도 이런 건 처음이에요. 왜 카페에서 핸드크림을 못 바르게 하는 걸까요?
A. 최근 노 키즈 존, 노 시니어 존을 넘어 특정 행동을 제한하는 다양한 ‘노 존(No Zone)’이 퍼지고 있어요. 언뜻 야박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경제 원리가 숨어 있답니다.
아마 카페 사장님은 커피 향을 중요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커피의 섬세한 향을 즐기러 온 손님들에게 옆 사람의 진한 화장품 냄새는 큰 방해가 된다는 것이죠. 향긋하고 신선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에 찾아간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는 커피 향도 커피 맛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옆자리에 있는 제가 바른 핸드크림의 진한 향 때문에 커피 향이 묻혀버린 거예요. 의도는 없었지만 저는 A씨에게 피해를 준 셈입니다.
어떤 사람의 행동이 시장을 통하지 않고 제삼자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주는 현상을 ‘부정적 외부 효과’라고 합니다. 제 핸드크림은 커피의 풍미를 즐기려던 옆 손님에게는 냄새 공해가 되는 겁니다. 커피 맛을 떨어뜨리니 손님의 만족도도 낮아지죠. 사장님 입장에서는 부정적 외부 효과 때문에 손님이 발길을 끊으면 매출이 줄어드는 손해를 봅니다. ‘노 핸드크림 존’은 부정적 외부 효과를 차단해 매장의 가치를 지키려는 방어 기제인 셈이죠.
카페는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사장님은 임대료를 내고 빌린 공간을 손님에게 다시 빌려주는 사업을 하거든요. 카페의 좌석은 한정돼 있죠. 만약 한 손님이 노트북을 켜고 5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다면, 그 자리에 앉고 싶어 왔다가 돌아간 다른 손님들의 매출은 사라집니다. 카페 사장님이 가장 신경 쓰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회전율’인데요. 회전율은 정해진 시간 동안 좌석 하나에 손님이 몇 번이나 바뀌어 앉았나 나타내는 수치예요.
회전율은 수익과 직결됩니다. 좌석 10개, 커피 한 잔에 5000원인 어느 카페에 손님이 많아 계속 꽉 찬다고 해볼게요. 손님들이 평균 1시간씩 머물다 간다면, 8시간 동안 총 80잔을 팔아 40만원을 벌 수 있어요. 만약 첫 손님 10명이 모두 노트북을 펴고 8시간 동안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총 10잔만 판매되겠죠. 사장님은 5만원밖에 못 벌게 됩니다. ‘노 노트북 존’이나 ‘이용 시간 제한’은 제한된 시간에 수익을 최대한 내려는 전략인 셈입니다.
그렇지만 특정 계층의 출입을 막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가장 세련된 방법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비용 줄이기’인데요. 손님 스스로 매너를 지켜 타인에게 주는 부정적 외부 효과를 최소화하면, 사장님이 ‘노 존’ 표지판을 붙일 이유가 사라질 거예요. 무조건적 금지보다는 ‘진한 향수 자제’, ‘노트북 사용 시 추가 요금’ 등의 안내문을 붙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