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망토가 생긴다면 어떨지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처럼 가보지 못한 곳까지 마음대로 다닐 수 있을 거예요. 상상만 했던 재밌는 일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지도 몰라요. 과학자들이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개발했거든요.
과학자들이 개발한 재료는 액체 형태예요. 숨기고 싶은 물체 표면에 물감을 칠하듯 펴 발라 사용하는 것이죠.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도록 감춰주는 건 아니랍니다. 대신 우리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술이에요.
우리 눈처럼 전파로 물체 보는 레이더
레이더는 전파를 사방으로 쏜 뒤 그 전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시간 등을 계산해 물체의 위치를 알아내는 장치예요. 비행기나 배, 드론같이 멀리 있는 큰 물체를 찾을 때 주로 사용하지요. 군대에서는 레이더를 흡수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반사해서 전투기 등이 상대군에 들키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요. 오늘 소개할 액체는 스텔스처럼 레이더 전파를 흡수해 물체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레이더가 전파를 통해 물체를 찾는 원리는 인간의 눈이 빛을 이용해 물체를 보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우선 시각의 원리를 알아볼게요. 어떤 물체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빛이 그 물체에서 반사되기 때문이에요. 태양·형광등 같은 ‘광원’에서 나와 사방으로 퍼진 빛이 물체에 닿으면, 일부는 물체에 흡수되고 일부는 여러 방향으로 튕겨나갑니다. 이때 튕겨나온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면, 뇌가 ‘여기에 물건이 있구나!’ 하고 인식하게 됩니다. 눈에 들어오는 빛의 경로가 물체의 존재와 위치를 알려주는 단서인 셈이죠.
반대로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물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물체가 빛을 모두 흡수해 버리거나, 우리 눈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만 빛이 반사되는 경우가 그렇죠.
12배 늘려도 전기 통하는 액체 금속 잉크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레이더·센서 등에 잘 보이지 않도록 해주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어요. 이 물질의 이름은 ‘액체 금속 잉크’예요.
액체 금속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이면서 전기가 흐르는 금속이에요. 보통 금속은 딱딱한 고체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액체 금속은 물처럼 흐르죠. 고체 금속은 늘리면 끊어지지만, 액체 금속은 쉽게 끊어지지 않아 고무나 플라스틱처럼 부드러운 재료와 함께 쓰기 좋아요. 예를 들어 구부러지는 기기 안에도 전기가 흐르는 길인 ‘회로’가 필요해요. 이때 액체 금속은 구리선 같은 고체 금속 대신 회로를 만들어 주는 재료로 쓰입니다. 기기가 구부러지거나 늘어나도 전기가 끊기지 않기 때문에 유연한 전자 장치를 만드는 데 활용되는 것이죠.
이번에 카이스트 연구진은 액체 금속을 사용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먼저 액체 금속을 초음파로 잘게 쪼개 아주 작은 금속 입자로 만들었어요. 여기에 점도를 높이는 물질, 물체 표면에 넓게 바를 수 있도록 잘 펴지는 물질, 전기가 잘 흐르게 하는 물질 등을 섞었어요. 이런 방법으로 액체 금속 잉크를 완성했어요.
기존에는 액체 금속이 공기와 만나면 빠르게 녹이 슬어버리는 ‘산화’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녹이 슬면 금속 입자들 사이 연결이 끊어져 전기가 제대로 흐르지 않아요. 추가로 열을 가하거나 압력을 줘야 전기가 통했어요. 이처럼 액체 금속을 활용해 원하는 모양의 회로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죠. 반면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잉크는 실온에 둔 채로 말리기만 하면 돼요. 잘게 부숴놓은 입자들이 마르는 동안 다시 붙으면서 ‘그물망’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에요.
그물망 구조는 다른 중요한 역할도 해요. 그물망 간격에 따라 흡수하는 전파의 종류(주파수)가 달라지거든요. 레이더의 전파에 맞춰 그물망 간격을 조정해 물체를 더 잘 숨길 수 있는 것이죠. 레이더가 쏜 전파를 액체 금속 잉크가 흡수해 버리면 다시 튕겨 나오는 신호가 줄어들기 때문에, 마치 물체가 사라진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나죠. 이처럼 원래 있는 물질을 인공적으로 설계해 원하는 성질로 만든 신소재를 ‘메타 물질’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식은 군대에서 이용하는 스텔스 기술과 달라요. 스텔스 기술은 항공기 표면에 전파를 흡수하는 물질을 칠하거나 필름을 붙이는데요. 이런 도료나 필름은 고체(탄소 섬유) 소재로 만들어요. 딱딱하고 신축성이 낮아 억지로 늘리면 쉽게 끊어져서 모양이 변하지 않는 항공기 등에만 사용했죠. 카이스트의 액체 금속 잉크는 12배까지 늘려도 전기가 통해요. 고무처럼 말랑하면서도 금속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이 기술은 우리 몸에 밀착되는 웨어러블 전자 기기나 인간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의 표면 등에 활용될 전망입니다.
빛을 가둬버리는 매미충의 브로코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망토의 실마리를 곤충에게서 찾은 과학자도 있습니다. 바로 ‘매미충’에서 찾아냈죠. 매미충은 매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작은 곤충으로 식물의 수액을 빨아먹는 해충입니다. 매미충은 몸과 날개에 ‘브로코솜’이라는 가루를 분비하는데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브로코솜의 특이한 구조 덕분에 빛 반사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브로코솜 입자는 축구공처럼 생겼어요. 동그랗고 속이 비어 있으며 표면에는 작은 구멍이 수십 개 뚫려 있어요. 브로코솜 입자에 닿은 빛 일부가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서 반사되는 빛이 줄어드는 거예요. 최대 94%까지 빛 반사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