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그룹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해 주목받았어요. 아틀라스는 2013년 1세대가 세상에 나온 이후 13년 동안 성능이 비약적으로 개선됐다고 해요. 처음엔 20㎏밖에 들지 못했는데 이젠 50㎏을 거뜬히 들 수 있답니다. 아틀라스가 자동차 조립 공장에 투입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해요.
원래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은 거인의 이름이랍니다. 로봇 아틀라스의 이름에는 미래 산업과 인류의 삶을 지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하죠.
2019년 이국종 당시 경기남부 광역외상센터장이 경기도의 후원을 받아 도입한 24시간 닥터 헬기 이름도 ‘아틀라스’였어요. 우리나라 응급의료계 버팀목이던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콜사인(작전 수행 때 부르는 호출명)을 딴 것이에요. 이 교수는 평소 친분이 있던 윤 센터장이 근무 중 과로로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닥터 헬기 표면에 ‘ATLAS’(아틀라스)라는 글자를 세 군데 새기기도 했어요.
이 교수는 윤 센터장 장례식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신화에 나오는 거인 ‘아틀라스’는 서구의 맨 끝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형벌과 같은 상황이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죠. 사람들은 아틀라스를 모르지만 그는 무심하게 버텨내고 있습니다. 선생은 아틀라스였습니다.” 오늘은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에 대해 알아볼게요.
떠받치고 있는 건 지구 아닌 천구
아틀라스의 아버지 아이페토스는 신이었는데, 제우스 등 올림포스 신들과는 다른 ‘티탄 12신’ 중 하나였습니다. 아틀라스의 어머니는 티탄 12신 중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의 딸(아시아)이었죠. 아틀라스는 천하장사라고 불릴 만큼 힘이 셌는데요. 티탄 신족과 올림포스 신족 사이 전쟁(티타노마키아)이 발발하자, 도움을 요청하는 제우스를 매정하게 뿌리치고 티탄 신족 편을 들었답니다.
제우스는 10년 동안 이어진 이 전쟁에서 승리한 뒤,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티탄 신족을 지하 세계 가장 깊은 ‘타르타로스’라는 감옥에 가뒀어요. 괴력을 지녀 자신을 가장 애먹인 아틀라스에겐 더욱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죠. 그에겐 세상 서쪽 끝자락에서 서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어요. 당시엔 하늘이 자주 흔들려서 사람들이 무척 불안해했다고 해요.
아틀라스를 소재로 한 그림이나 조각을 보면 마치 어깨에 둥근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 지구가 아니라 ‘천구’예요. 천구는 하늘이 지구를 감싸고 있다고 가정하고 만든 가상의 둥근 입체입니다. 지구는 천구 안쪽 한가운데 있고 별자리와 행성은 천구 표면을 떠다녀요. 아틀라스가 벌을 받고 있는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그가 천구 안 지구에 발을 디딘 채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어야겠지요.
그렇게 되면 아틀라스의 모습이 천구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생겨요. 결국 그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천구 바깥에서 그것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거나 조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다만 아틀라스가 어깨에 오대양 육대주가 그려진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지구본도 더러 있는데 그건 잘못된 거예요. 지구가 아니라 게자리나 양자리 등 별자리가 그려진 천구여야 옳아요.
2500㎞ 산맥이 된 아틀라스
그리스 신화 속 괴물 메두사의 소굴도 아틀라스가 벌을 받고 있던 세상의 서쪽 끝자락에 있었어요. 메두사는 얼굴이 하도 흉측해서 살아 있는 것은 무엇이든 메두사 얼굴을 보면 너무 놀란 나머지 돌로 변했어요. 결국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자루에 넣어 귀향하다가 우연히 아틀라스를 만났는데요. 마침 날이 저물고 있어 곁에서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간청했어요. 아틀라스가 냉정하게 거절하자 분노한 페르세우스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린 채 자루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 아틀라스의 눈앞에 들었어요. 엉겁결에 메두사의 얼굴을 보고 만 아틀라스는 그만 돌로 변하고 말았죠.
아틀라스가 벌을 받던 곳은 지금의 유럽 스페인 남부와 아프리카 모로코 북부 사이 해협인 지브롤터해협 근처예요. 이곳에는 약 2500㎞에 걸쳐 그의 이름을 딴 아틀라스산맥이 길게 뻗어 있어요. 가장 높은 봉우리는 모로코에 있는 해발 4167m의 투브칼산이에요. 아틀라스산맥은 길이나 가장 높은 봉우리 높이를 봐도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지요.
곳곳에 이름을 남기다
지도를 모아 만든 책도 아틀라스라고 불러요. 우리 몸에도 아틀라스가 있어요. 척추에서 머리를 받치고 있는 맨 위 목뼈 이름이 바로 ‘아틀라스’랍니다. 무거운 머리를 바로 받치고 있기 때문이죠.
1990년대 우리나라에는 ‘아트라스’라는 초코바가 판매됐어요. 당시 아틀라스를 우리 식으로 표기한 이름이었죠. 아마 그 초코바를 만든 제과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괴력을 지닌 아틀라스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도록 도와주는 초코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을 거예요. 아트라스는 한때 꽤 인기를 누리다가 언젠가부터 외국산 유명 초콜릿에 밀려 진열대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죠.
우리나라에는 아트라스라는 이름의 차량용 배터리도 있어요. 가끔 아트라스 배터리를 차량 아랫부분에 매달고 도로를 달리는 트럭을 보면 불현듯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현재 일본의 닛산과 독일의 폭스바겐도 아틀라스라는 이름의 트럭·SUV를 각각 생산하고 있어요. 미국의 항공 화물 수송 회사 중에는 ‘아틀라스 에어’가 있는데 로고가 눈에 띄어요.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메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