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0년 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전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 전구의 이름은 ‘센테니얼 전구(Centennial Light)’예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의 한 소방서에 설치돼 있어요. 가장 오래 켜진 전구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죠. 리버모어 시와 소방서는 센테니얼 전구 덕분에 지역 명물을 넘어 국제적인 명소가 됐어요. 전구를 보려고 세계 각지에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거든요.
2026년은 센테니얼 전구가 설치된 지 125주년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리버모어 시는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 중이래요. 사람들은 꺼지지 않는 이 전구를 ‘영원한 빛’이라고 부르는데요. 오늘은 센테니얼 전구가 어떻게 이토록 오랜 기간 빛을 내고 있는지 그 원리를 살펴볼게요.
1901년부터 지금까지 108만 시간 점등
센테니얼 전구는 1901년 6월 처음 이 소방서에 설치돼 불을 밝혔습니다. 미국의 ‘셸비 일렉트릭’ 회사가 1890년대 후반에 만들어 기증한 거래요. 이 전구는 인위적인 이유로 잠시 꺼진 적이 있긴 하지만, 전구가 고장 나 꺼진 적은 없답니다. 1976년 소방서가 다른 곳으로 이전할 때 한 번, 정전이나 유지 보수를 위해 몇 번 꺼진 걸 제외하곤 계속 켜 있는 상태예요. 소방서 이전으로 전구를 옮겨야 했을 때도 특별히 설계된 상자에 넣어 경찰차와 소방차의 호위를 받으며 옮겼대요. 이때 전기 차단 시간은 단 22분밖에 안 됩니다. 새 소방서에서는 전기 기술자가 전구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센테니얼 전구가 1901년부터 지금까지 켜진 시간은 약 108만 시간이에요. 과거 백열전구의 점등 시간은 약 1000시간, 형광전구는 5000~1만5000시간, 요즘 주로 사용하는 LED 전구는 평균 2만5000시간에서 최대 5만 시간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긴 수명이죠. 센테니얼 전구는 원래 60W(와트)의 전력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4W로 조정했어요. 4W는 야간등 정도의 밝기예요. 지금도 4W 희미한 주황색 불빛을 내뿜으며 소방서를 비추고 있답니다.
센테니얼 전구는 프랑스의 엔지니어 아돌프 샤일레가 설계하고 셸비 일렉트릭이 수작업으로 만들었어요. 당시 전구 수명은 50일에 불과했대요. 그래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전구 개발이 이 회사의 목표였죠. 물론 당시에도 셸비 일렉트릭의 상업용 전구는 수명이 길기로 유명했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도 셸비 일렉트릭이 센테니얼 전구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이 전구가 120년 이상 켜져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센테니얼 전구의 수명이 긴 이유
그렇다면 센테니얼 전구는 왜 이렇게 수명이 긴 걸까요? 가장 큰 비밀은 전구 안 ‘필라멘트’에 있습니다. 필라멘트는 전류가 가열하면 빛을 발하는 가는 금속선이에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전구의 필라멘트는 보통 ‘텅스텐’이란 금속으로 만들지요. 그런데 센테니얼 전구는 얇은 텅스텐 필라멘트가 아닌, 두껍고 내구성(물질이 변하지 않고 오래 견디는 성질)이 뛰어난 ‘탄소’로 필라멘트를 만들었어요. 초기 백열전구는 대부분 탄소 필라멘트로 만들었는데, 센테니얼 전구는 다른 전구보다도 더 두껍고 튼튼한 탄소 필라멘트로 만들었답니다.
전구 유리도 다른 전구보다 두꺼웠어요. 전구 생산 장인이 직접 손으로 다듬어서 두꺼운 유리구를 만든 거예요. 전구 받침대도 묵직하고 튼튼한 황동을 재료로 썼고, 전구의 내부 충전 가스도 아르곤이나 크립톤 가스 대신 구하기 쉽고 저렴한 질소 가스로 채웠어요. 질소는 탄소 필라멘트가 녹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전구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과학자들은 센테니얼 전구 수명이 긴 또 하나의 비결로 365일 내내 켜져 있는 점을 꼽아요. 전구는 켜는 순간에 강한 전류가 흘러 필라멘트가 손상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전구를 자주 켰다 껐다 하면 필라멘트가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면서 끊어져 전구 수명이 짧아지죠. 센테니얼 전구는 켜고 끄는 과정이 거의 없어서 전력 소모와 발열이 적어 필라멘트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든 거예요. 과학자들은 앞으로 센테니얼 전구가 100년 정도 더 켜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구 회사들이 전구 수명 제한
그럼, 왜 요즘 나오는 전구들은 이렇게 튼튼한 탄소 필라멘트가 아닌 텅스텐 필라멘트로 만드는 걸까요? 이는 탄소의 녹는점이 텅스텐보다 휠씬 낮기 때문이랍니다. 탄소 필라멘트 전구는 1800도 정도가 되면 탄소가 점점 타면서 소모돼 유리구가 검게 변해요. 반면 텅스텐은 현존하는 금속 중 녹는점이 약 3422도로 가장 높아요. 텅스텐 필라멘트는 고온에서 타기에 탄소 필라멘트보다 더 밝게 빛을 낼 수 있어요. 녹는점이 높은 텅스텐 필라멘트의 등장으로 탄소 필라멘트는 점차 사라졌습니다. 센테니얼 전구도 원래보다 밝기를 낮게 설정해 필라멘트 소모 속도를 늦춰놓은 상태죠.
센테니얼 전구는 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단순히 수명 최장 전구를 넘어, 현대 소비 사회에 대한 비판을 상징하게 됐어요. 물건이 자주 고장 나야 다시 구매할 이유가 생기는데, 셸비 일렉트릭의 전구는 수명이 길어 오히려 회사의 성공을 막았거든요. 이로 인해 이 회사는 1914년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흡수되며 문을 닫게 됐죠. 그러면서 센테니얼 전구의 기술도 역사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이후 1925년 제너럴 일렉트릭과 네덜란드 필립스, 독일 오스람 등 거대 기업들이 연합해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어요. 전구 수명 기준을 낮춰 소비자들이 전구를 자주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죠. 이후 수명이 긴 형광 전구와 LED 전구 등이 발명됐지만, 20세기 초 만들어진 센테니얼 전구는 지속성과 불멸성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존재로 자리잡았습니다.
센테니얼 전구는 리버모어-플레젠턴 소방서,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센테니얼 전구위원회 등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전구가 수명을 다하면 어떻게 할지 계획은 아직 없지만, 전 세계에 30여 곳 있는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에서 소장품으로 요청한 상태입니다. 불이 켜진 센테니얼 전구 모습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온라인(bulbcam.cityofpleasantonca.gov)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