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 삼촌이 제게 ‘돈방석’을 선물해 주셨어요. 낡아서 폐기된 지폐를 잘게 자른 ‘돈가루’를 솜과 섞어 만든 500원 동전 모양 방석이에요. 한국조폐공사가 만든 건데 인기가 좋다고 해요. 동전 모양 굿즈는 인기인데, 작년 한 해 동안 늘어난 동전은 0개였대요. 왜 동전을 만들지 않은 걸까요?
A.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기념품을 제외하고 실제 시장에서 쓰기 위해 새로 만든 동전이 단 한 개도 없었어요. 우리 정부가 동전을 만들기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죠. 동전 생산이 줄어드는 이유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동전을 만들려면 구리, 니켈, 아연 같은 금속이 필요한데요. 이런 재료 값은 계속 오르는데 동전의 가치는 그대로예요. 최근 5년간 동전 제조에 든 비용은 약 950억원인데, 그렇게 만든 동전의 가치는 약 300억원이래요. 만들면 만들수록 나라 살림에 손해가 나 결국 생산을 멈추게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을 마지막으로 1센트 동전(페니) 생산을 중단했어요. 1센트 동전 한 개를 만드는 데 1.69센트가 든다고 합니다. 1센트 생산을 멈추면 연간 약 5600만달러(약 800억원)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요. 앞서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도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최소 금액 동전 생산을 중단했어요.
동전이 없으면 지갑이 가벼워지고 편리할 것 같지만, 걱정되는 점도 있어요. 우리가 편의점에서 950원짜리 껌을 산다고 해봅시다. 만약 10원·50원 동전이 아예 유통되지 않는다면, 가게 주인은 계산 편의를 위해 가격을 1000원으로 올릴 가능성이 커요. 겨우 50원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리가 용돈으로 살 수 있는 여러 간식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동전이 사라지면 화폐 사용이 줄어 디지털 결제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스웨덴에서는 교회 헌금까지 카드로 내고 있고, 중국은 길거리 음식을 QR 코드로 결제하는 게 일상이래요. 디지털 결제에 서툰 어르신들은 현금이 사라진 세상에서 물건 구매가 점점 힘들어질 수도 있을 거예요. 디지털 결제 시 지출 감각이 둔해지는 점도 주의해야 해요. 스마트폰이나 카드로 결제할 때는 지갑에서 돈을 직접 꺼낼 때보다 돈을 쓰는 느낌이 덜 들거든요.
디지털 결제 세상을 똑똑하게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결제를 하고 남은 1원·10원·100원 단위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해 주거나 주식에 투자해 주는 ‘잔돈 금융 서비스’도 있거든요.
앞으로 동전은 박물관에서나 보는 귀한 몸이 될지도 모릅니다. 동전 제조가 중단되면 특정 연도에 만들어진 동전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치가 엄청나게 뛸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생산량이 적었던 1998년 500원 동전은 상태에 따라 수십만~수백만 원에 거래되고 있죠.